2022년 11월 17일

60대로 보이는 신입회원이다

지역문학계에서 서로 안면이 있는지 처음 온 자리인데 회원들과 화기애애 하다

말과 행동에서 연륜의 무게가 느껴진다

자작시를 읽는 목소리가 자신감에 차 있다

시문장이 물 흐르듯 유연하게 이어진다

 

느린 꼬부랑길을 보며 한생애를 떠올린 그의 시에

그만의 말이나 생각이 빠진 듯해 나는 그의 시가 허전했다

유행가 가사에서, 구전민요에서 듣던 얘기들이

그의 손길로 다듬어졌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낭독이 끝나고 반응이 조용하다

모두가 그를 어려워 하는 분위기다

문학계와 무관한 나는 어려움 없이 그에게 아쉬움을 얘기했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의 자별해보이는 회원이 그의 시를 두둔했다

아무래도 내가 중뿔나게 나섰나보다

 

그에게 아마도 처음인 경우였을까

추켜세우는 반응에만 익숙했을 지도 모르는데 

어쩌자고 시를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나섰을까

 

문학회 모임에 나가면서 내 글을 다듬는 과정이 즐겁다

그동안 막무가내로 감정을 쏟아부었던 글이 조금씩 진정이 되는게 내 눈에도 보인다

내 글에 대해 가차없는 회원들의  지적에 귀가 더 크게 열린다

나를 겨눈 비판에는 극세사로 예민하게 반응하던 나였는데 회원들의 지적이 너무나 감사하다

 

나의 중뿔이 그에게 꼭 필요한 파문을 일으켰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처럼 그도 글쓰는게 더 즐거워질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신입회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덜햊;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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