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6일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 - 복효근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 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 되나

 

비오는 날

토란잎 위에서 물방울이 탱글탱글 했다

영롱한 물방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내 마음 물방울의 진동이 울렸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거기까지였다

 

시인은 더 긴 시간을 들여다보았다

시인이 들여다보는 긴 시간동안 물방울은 토란잎과

'하늘빛깔로 함께 자고' '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없"이 사라졌다

토란잎과 물방울을 오래오래 바라보고 있는 시인의 눈에 그들의 사랑이 보였다

 

시인에게서 글을 쓰는 자세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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