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3일

이쁜이의 보드랍고 따뜻한 손을 잡고 산책을 한다

너무 좋다

매일 매일 이러고 싶다

내일이면 이쁜이는 서울로 간다

이쁜이랑 헤어지기 싫다

나혼자 늙어도 외롭지 않을거라고 했는데 자꾸 자식들을 곁에 두고 싶어진다

늙는대로 늙으면 큰일나겠다

열심히 마음을 다잡아야 할 거 같다

 

2021년 2월 24일

나보다 십년 어린 거래처 대표의 딸이다

연말정산을 하다가 이혼한 걸 알게 됐다

웃는 얼굴이 해맑고

말과 태도에 겸손이 배어있는 참 매력적인 여자다

혼자 살기는 참 아깝다

계속 마음이 아프다

 

2021년 2월 25일

업체서에서 팩스보낸다는 연락을 받고 팩스가지러 갔더니 지랄쟁이 것도 있다

지랄쟁이는 통화중이어서 지랄쟁이 책꽂이 위에 올려놓았다

한참이 지났는데 지랄쟁이가 팩스기 앞에서 자료를 찾길래 아까 갖다놨다고 했더니

"말을 해야 될거 아냐" 짜증을 낸다

그 말을 듣고 하도 부아가 나서 "미친년" 혼잣말을 해버렸다

속은 후련했지만 금방 후회한다

내가 하는 말을 내 몸이 듣는데 내가 나한테 잘못했다

이래서 지랄쟁이를 멀리해야 한다

다음부터 니꺼는 패스다

 

2021년 2월 26일

팔만대장경을 한글자로 줄이면 마음 심자 하나라고 한다

 

2020년 2월 27일

차시간 맞춰서 나와라 하고 엄니가 밭에 나가시더니 그새 냉이를 한주먹 캐셨다

뿌리가 좋은거라고 된장찌게 한번 끓여먹어라 하신다

엄니는 맨날 주시느라 바쁘고 나는 맨날 받아먹느라 바쁘다

냉이뿌리가 아주 향긋하고 달다

 

2021년 3월 5일

요새 산책할 때 리스트의 위안을 듣는다

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속도가 딱 이럴 것처럼 평화로운 선율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온다

 

지렁이가 밭을 갈았다

 

 

아주 정확하게 작동하는 풍향계

 

겨울까지 방치되어있는 고추밭 때문에  안부가 궁금했던 밭주인을 다시 보게 되어 아주 기쁘다

 

 

봄볕에 청국장콩은 동글동글하게 무우는 꼬불꼬불하게 가벼워져간다

 

2021년 3월 9일

 

2021년 3월 10일

어제 이랬는데

오늘 이렇다

수선화가 봄기운에 설레여 밤새 잠도 안잤나보다

 

한뼘 나뭇가지를 물고 까치가 너울너울 날아간다

그 모습이 아주 신났다

벌써 집을 대접만하게 지었다

 

어제 찍은 할머니할아버지 사진을 출력해서 점심산책시간에 갖다 드렸다

할머니가 밭둑에 철푸덕 앉아 풀을 매고 계셨다

어제는 좋다고 나를 따라오던 검둥이가 할머니 곁에서 나를 보고 으르렁거린다

그려그려 달래가며 할머니 옆에 앉았다

할머니가 뭔 개도 안무서워하냐고 웃는다

어제 이런 사진 찍었다고 할머니할아버지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고 하니

할머니가 아주 환하게 웃으신다

 

2021년 3월 28일

부드러운 바람

따스한 봄볕

봄기운이 사방에 충만하다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다

양 손바닥을 하늘로 향해 펼쳐서 햇빛을 받으며 나른하게 걷는다

온몸에 햇빛의 온기가 스며든다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몸에 환희가 차오른다

봄의 들판 한가운데에서 스님이 명상에 잠겨있다

지금 이순간 스님과 내가 같은 마음으로 평화롭다

 

2021년 3월 28일

저어어기 저기 저논에서 할아버지가 일하시고

할머니는 하릴없이 그짝을 바라고 밭둑에 앉아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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