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장 가방장수 천막안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아주 작은 가죽가방이 깜찍하다

손바닥만한 가방이 그렇게 앙증맞을 수 없다

갖고 싶지만 작아도 너무 작아 쓸모가 없을 것 같다

돋보기 작은 책 한권 거울 지갑 접는시장가방을 늘상 갖고 다녀야한다

가방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돌아섰다

실용적이지 않은 가방을 사는 것은 사치다

 

한동안 장날마두 그 앞에서 서성였다

아무리 봐도 너무 이쁘고 아무리봐도 당최 너무 작다

그러다 어느날 그냥 사치해버리기로 결심했다

인상좋은 주인아저씨가 내코가 이쁘게 생겼다며 만오천원짜리를 천원 깎아줬다

긴 끈을 어깨에 가로질러 맸더니 가방이 나에게 착 감긴다

이렇게 마음에 쏙드는 가방은 처음이다

꼭 필요한 돋보기 휴대폰 손수건을 넣으니 가방이 꽉 찼다

처음에는 너무 단촐해서 이것만 갖고 출근하는게 영 불안하고 어색했다

허나 며칠 지내고 보니 공연한 걱정이었다

나는 그동안 별로 쓸 기회도 없는 것들을 습관처럼 가방에 잔뜩 넣어갖고 다닌거였다

출퇴근하고 읍내나가는 일상에서는 그 손바닥만한 가방 하나로도 충분했다

그 물건이 없어서 곤란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 없는 잠깐동안의 불편을 못견뎌하는 조급증이 문제였다

덜어내고 조금 불편하자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군더더기 없는 조그만 가방 하나에 맞춘 나의 일상이 아주 산뜻하니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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