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할머니랑 순천향병원으로 동네아줌니 병문안을 가신 엄니가

오실 때는 처음으로 병원 앞에서 전철을 타셨대

신창에 도착해서 예산 오는 시내버스를  타셨는데

버스기사가 내릴 때 카드를 꼭 찍으라고 알려주더라네

안찍으면 대술 버스탈 때 돈 또 내야 된다고 몇번을 말해주더래

근데 엄니랑 앞집할머니가 예산오는새 그걸 까먹고 그냥 내리려고 했다지

그러자 기사가 카드 찍고 내리라고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더래

그 소리듣고 앞집할머니가 카드 찍으려고

어깨에 가로질러 맨 가방을 주섬주섬 가슴께로 끌어올리며 기사한테 다가가니

누가 여기다 찍으라고 했냐고 저기 내리는데다 찍으라고 하지 않았냐고 또 고래고래

엄니가 소리지르는 기사한테 "당신도 늙어봐 우리랑 다른가~"한마디 하고 얼릉 내리셨대

그러고는 그게 웃겨서 앞집 할머니랑 차턱에서 한참을 웃으셨다는구먼

 

인천이모가 오셨는데 엄니가 이 얘기를 아주 재미지게 해주신다

"나원 세상에 별일도 다 많더라. 거기다 카드를 갖다대니까 꽁짜입니다 하더라구"

"언니가 잘못들었슈 그런거 읎슈"

"얘좀봐 내가 똑똑히 들었다니까 그러네. 꽁짜입니다 했다니께"

엄니가 하두 당당하게 말씀하시니 도시사시는 이모는 작은소리로 "아닌디..."하시며 말꼬리를 흐린다

서울갔을 때 환승 두어번 해본 나는 설마 그럴라구 하면서도 

시골이라 재미나라구 기계에다 그렇게 녹음했나보다 생각했다

 

오늘 버스타고 엄니한테 가는데 큰애기 하나가 분수대 앞에서 내리며 카드를 찍는다

"하차입니다"

젊은 여자가 낭랑하게 '하차'라고 말한다

그런데 거참 별일이지

그 소리가  "꽁짜입니다"하는거 같기두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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