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가 흰떡해서 김장하러 오는 아가씨네준다고 쌀 두 말을 꺼내놓으신다

반으로 나눠 다라에 담고 한손으로 씻는데

엄니가 "이렇게 하는겨" 하시며 두 손으로 박박 닦는 시범을 보이신다

가르쳐주신 대로 엉덩이 들썩여가며 두손으로 박박 씻는다

다 씻은 다음에는 조랭이질 해야 한다고 엄니가 이번에는 조랭이질 시범을 보이신다

'아이참 조랭이질은 나도 할 줄 아는데..'

엄니가 시범보이시는대로 조랭이로 일어 통에 담는다

돌이 딱 하나 나온다

이거 조랭이질 제대로 한건가 살짝 불안하다

그래도 통 위에 뚜껑 딱 덮어놓으니 일을 참 깔끔하게 끝냈다싶다

 

밤중에 저녁설거지 끝내고 땅콩을 까고 있는데

엄니가 슬그머니 마당에 나갔다 들어오시더니 의자에 털썩 앉으신다

"내가 넘한테 말도 못헌다

아니 쌀을 씻었으면 물을 붜놔야지 그게 뭐냐

내가 나가서 열어봤기에 망정이지 내일 떡도 못할 뻔 했다"

 

오십된 며느리가 떡쌀 하나 제대로 해놓을 줄 모르니 팔십 시엄니 너무 어이가 없어 화도 못내신다

근데 나는 참 속도 없지

엄니는 속터지는데 나는 <넘한테 말도 못한다>는 엄니말이 너무 웃겨서 웃음을 못참겠다

 

배추속 넣으며 고모부한테 그 웃긴 얘기를 해주니

울엄니 "그걸 자랑이라고 얘기하네" 또한번 어이가 없어하신다

덜떨어진 오십며느리 때문에 울엄니가 고생이 참 많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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