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가 계속 속이 불편하다고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하신다
열시경 병원에서 만났다
처음 간 병원이라 이름 주소 주민번호 전화번호를 적어야 했다
엄니가 주민번호 앞자리 두개만 알고 계신다
나도 엄니주민번호 적어놓은 수첩을 사무실에 놓고왔다
생각끝에 엄니가 전에 가셨던 병원에 전화를 해서 주민번호를 알아냈다
병원 직원들이 친절해도 대기환자가 많으니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에는 마냥 친절하게 천천히 하기는 어렵겠다
심전도 검사 소변검사 피검사 수면내시경검사를 했다
길고 복잡한 과정이었다
엄니가 귀가 약간 어두우신데 혼자 오셨더라면 고생하셨겠다
한시간 정도 예상했는데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근무중에 나온 나를 걱정해 자꾸 사무실에 들어가라고 하신다
사무실에 대한 부담도 크지만 지금 엄니곁에 있는게 더 중요한 일이다
수면내시경 끝나고 나오며 비척거리는 젊은사람을 보니 더 그렇다
다행히 검사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다
식도에 약간의 염증만 있을 뿐이다
엄니가 의사한테 커피마셔두 되냐고 물으신다
의사가 걱정말고 드시고 싶은거 다 드시라고 한다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디 그거 못마시게 하면 서운할뻔 했슈"
몹쓸 병이 아닌지 걱정하셨다메 그 와중에 커피걱정까지 하셨다니 엄니 귀여우시다
시간이 되면 혼자 병원에 오는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봉사를 해도 좋을거 같다
몸이 아파 병원에 왔는데 직원이 하는 말이나 의사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당황스러울 때
혼자라는 게 얼마나 마음이 쓸쓸할까
우리 세대는 혼자여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교육과 사회적응이 어느 정도는 되어있지만
우리부모님 세대는 그러지 못한 분들이 많아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