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도 꽃이 피더이다
그 꽃이 참으로 이쁘더이다
새끼손가락보다 가는 분홍색 꽃나팔
처음보기도 했거니와 일주일전 기억이 있어
그 꽃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이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진에 담았지요
참 귀한 꽃을 만난게지요
일주일 전 궐곡리고개를 넘어갈 때
제초기에 잘려나가는 담배대를 보았지요
잎 하나 매달리지 않는 담배대가 픽픽 쓰러지더먼요
역할 끝난 작물에게는 가차없구나 생각했지요
얼마를 더가다 만나 담배밭은 그보다 더했어요
밭고랑에 쓰러진 담배대 즐비한데
그 담배대의 밑둥이 남아있는 두둑에는 그새 새 작물이 심어졌더먼요
참으로 숨가뿐 레이스구나 생각했습니다
담배크는거 눈에 보이는 것마냥 쑥쑥 크지요
잠깐만 못봐도 어어~ 소리 저절로 나게 쑥쑥크지요
얼마전까지 밭에서 푸짐한 잎파리 달린거 봤는데
지금은 담배밭 옆 비닐하우스에는 엮인 잎들이 빼곡하게 매달려 진한 갈색으로 구수하게 말라가고 있더먼요
어렵지 않은 농사일이 없다지만 담배농사도 고되기로는 안빠진다는 얘길 들었지요
커다란 잎에 막혀 바람 한점 들어오지 않는 고랑사이에서 잎따는 것도 고되고
낮에 딴 잎 밤늦게까지 엮어 매다는 것도 고되다구요
그래도 돈이 되는거라 어려워도 그만두지 못하는 거라고 새까맣게 그슬린 시작은엄니가 말했줬지요
그러니 담배잎으로 가득찬 비닐하우스가 얼마나 보기 좋겄어요
그러나 농사꾼이 아닌 나는
자꾸 쓰러진 담배대만 눈에 밟히네요
잎하나 없이 대만 남아 맥없이 쓰러지는 것도 그렇고
밭고랑에 쓰러져 저 서있던 자리에서 새 작물 자라는거 보고 있는 것도 그렇고...
걷는 발걸음이 무겁더먼요
그 짠하던 기억이 일주일 전인데
형제고개 넘어가면서 담배꽃을 본거예요
그러니 얼마나 반갑겄어요
"얼레 담배도 꽃이 피네
어구야 너는 그래도 꽃이 피도록 사는구나 복이다"
대술농부보다 조금 느긋한 대흥농부덕에 오늘 아주 귀한 꽃을 보았지요
이리 가면 이렇고 저리 가면 저렇고
그게 좋아 나는 자꾸 길 위로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