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란 새잎이 나는 것을 보면 꼭 분수같다
위로 향해 얼마큼 자라다 양편으로 좌악 갈라지는 모습이 꼭 그렇다
손가락만한 것 데려다 베란다에 놔뒀더니
햇빛쬐고 바람맞아가메 기특하게 잘 자란다
한동안 잎만 나오고 또 나오고 하기에
잎이 더 무성해져야 꽃이 피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일찍 잎사귀 나오는 틈바구니에서 주황색 꽃잎이 보였다
대개 꽃들이 봉우리로 나오는데 얘는 꽃잎이 다 핀 채 나온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웃었다
꽃대궁이 밀어올려주어 잎사귀 틈새를 벗어났을 때
그제서야 눌렸던 꽃잎이 제모양으로 벙글어졌다
꽃진 자리에 다시 피어도 이쁠 터인데
생애 첫꽃이라니 황홀했다
혼자 볼 수 없어 친구를 불렀다
탁자에 군자란 올려놓고 축하주를 마셨던 밤이 지난 12월 중순이다
그 화분에 요새 두번째 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보다 많아진 잎파리 틈에서 또 삐죽
꽃잎이 납작하게 눌린 채 천천히 올라오고 있다
눌린 모습에 나도 시시때때로 답답해진다
꽃들에게도 팔자가 있는 모양인가 이 꽃은 참 힘들게도 피는구나
철쭉꽃 피는 것을 유심히 본 적이 있다
길쭉길쭉한 초록잎파리들만 한가득 무성한 중에
꽃은 언제 피나 오며가며 들여다보는데
참으로 기막히게도 잎파리가 꽃자리 이쁘게 만들어 놓은 한가운데서
뾰족하게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제자리 다 만들어지기까지 기다렸다 피는 꽃이라니
지나치게 흔해서 귀한 줄 모르고 이쁜줄 몰랐던 철쭉꽃이 다시 봐졌다
그에 비하면 군자란은 이름이 아까울 지경이다
꽃자리가 다 뭔가
꽃자리 호사까지는 바라지도 않을 꽃이다
잎사귀 틈바구니에서 지가 알아서 낑낑 기어나온다
꽃대궁이 밀어올려주니 그나마 고마운 일이다
똥꼬치받으며 잎사귀 올라오지 않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어찌하여 군자란이란 이름을 갖게 됐는지 궁금하다
저 모습 어디가 군자일까?
혹시 잎사귀 압력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올라와 기어이 벙글어지는 저 꽃에게 주는 찬사인가?
그런가보다
피는 과정은 가련하나 기어이 장해지는 꽃에게 주는 이름인가보다
저 꽃 다 올라오면 이번에도 친구불러 축하주 해야지
고생한 꽃이니 당연히 위로하고 환영해야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