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일

오른쪽 젖가슴에서 아주 작은 진주를 꺼냈다

 

괜찮다

괜찮아

토닥이며 지나온 시간이

괜찮지 않았나보다

 

진주를 꺼내고 붕대로 덮은 자리를 가만가만 어루만진다

힘들었구나

힘들었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데 입원실 앞에 대기하고 있는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옮겨졌다

천장 불빛이 획획 지나가는 것이 영화의 한장면이다

알 수 없는 곳으로 누운 채 옮겨지니 긴장된다

드디어 불이 환하게 켜진 수술실에 도착했다

수술실이 서늘했다

이동침대에서 뻘쭘하게 일어나 수술대로 옮겨 누웠다

간호사들이 내 양팔을 좌우로 펴서 고정시킨다

이제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다

머리맡에서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나에게 이름과 수술부위를 묻는다

내가 대답하는 대로 그 남자가 소리내어 따라하고

주변에 서있는 간호사 네 명이 그 남자의 말을 받아 복창한다

치밀한 준비와 긴장감이 느껴진다

내 몸에서 악성을 떼어내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분주한 그들이 너무 감사했다

남자가 산소호흡기를 내 얼굴에 댄다

차가울 거라면서 깊게 들이마시라고 한다

두번  들이마신 뒤로 의식이 없다

"이렇게 금방 끝나?"

어리둥절했다

오전 8시에 수술 들어가서 11시까지 세시간 걸렸다는데 그 시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미희씨는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두루두루 지인들 안부를 물었다는데

나는 너무나 순간이라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점심을 먹고 병원 마당으로 나갔다

파란하늘 흰구름이 눈부셨다

마당에서 이쁜이랑 오랫동안 놀았다

이쁜이가 옆에서 다부랑다부랑 나를 웃긴다

이쁜이 덕분에 내 몸에 행복호르몬이 가득 찼다

몇시간전에 수술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몸이 너무나 가볍고 통증도 없다

이쁜이가 곁에 있어서 내가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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