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24일

쑥이 지천이어도 여든여덟 엄니 몸은 이제 쑥뜯으러 들에 못나가신다

개떡 좋아하시는 우리엄니 들판에 저 쑥이 얼마나 아까울까 

그동안 나는 엄니덕분에 귀한 개떡을 해마다 먹었다

봄볕에 그을리는 일 없이

쭈그려앉아 쑥뜯느라 허리 아픈 일 한번 없이 공하나 들이지 않고 날름날름 먹기만 했다

이제 엄니가 못하시니 대신 내가 쑥을 뜯으면 좋으련만

나는 세상구경하며 돌아다니는게 좋지 진득하게 앉아 쑥 뜯을 생각이 아직 없다

 

쑥개떡 없이 이 봄이 가는구나 허전했는데

엄니대신 나대신 생각지도 않은 작은고모부가 쑥을 뜯어왔다

회사앞 공터가 쑥밭이란다

아무리 쑥밭이라도 남정네가 쑥을 이렇게나 많이 뜯다니 신퉁방퉁하다

산정방앗간에 사정이 생겨서 못하고 대신  주인이  소개해준 읍내시장에 있는 방앗간으로 처음 갔는데

주인이 또 실력자라 반죽이 기가 막히게 됐다고 엄니가 아주 흡족해하신다

거실에서 나랑 고모가 동그랗게 떡을 빚고  

엄니가 마당에서 가마솥에 넣고 불을 때셨다

갓 쪄낸 개떡의 말간 초록빛이 너무나 곱다

떡이 어찌나 쫀득거리고 보들거리고 향긋한지 

눈도 호강 입도 호강 코도 호강 이런 호강이 없다

황홀한 개떡잔치날이다

개떡을 쪄서 열개씩 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쟁여놨다

울엄니 냉동실에 그득한 개떡 생각으로 오늘밤 잘 주무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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