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베낭을 메고 이쁜이가 준 핸드백을 걸치고 내가 진도여행 간다

삼대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익산역에서 목포가는 기차로 환승

대기시간 오십분동안 익산시장 구경했다

내가 대단한 익산역에 서있구나

 

 

진도시내를 마구 걷다가 진도현대미술관 앞 계단서 잠깐 쉬다

 

이런집

 

이런 담장

 

이런 골목을 지나

 

진도읍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향교까지 올라왔다

 

저쪽길로 올라올 때 큰애기들 둘을 만났다

너 오늘 맥주마실거냐? 앳되보이는 큰애기들의 대화가 귀엽다

향교를 둘러보고 이쪽길로 내려오는데 비닐봉다리 대롱거리며 아까 지나친 큰애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우연 참 재밌다

동네 한가운데 뜬금 없는 카페에서 오래  쉬었다

 

 

저녁으로 무얼 먹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우연히 순두부집 콩밭에 들렀는데 완전 맛있다

행운이 따라주는 여행이라고 좋아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모든 순간순간을 즐기는 내 마음이 행운인거 같다

 

낯선곳의 밤거리를 홀로 걷는 기분은 자유롭고 쓸쓸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느낌

 

게스트하우스로 가다 골목길 노란 가로등불빛이 정겨워 들어섰는데

 

그냥 지나쳤더라면 너무나 아까울 뻔

 

벽화가 조악스럽지 않아 좋았다

 

모텔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8층건물이 너무 커서 오히려 불안했다

무서워서 불을 켜놓고 잠들었는데 걱정한게 무색하게 밤새 잘 잤다

세상은 내가 겁먹은 것보다 안전한 곳이다

 

 

아침 아홉시기차를 타고 예산을 출발해 진도터미널에 도착하니 네시반

세방낙조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네시에 떠났다

어쩔것이냐 택시비 오만원 들여 낙조를 보러갈 것이냐

망설이다 포기했다

선세방낙조 후진도읍내로 세웠던 여행계획을 수정한다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세방낙조에 갔다

낙조가 없이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낙조가 있으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생각대로 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생각대로 안되는 것도 없는게 여행이다

 

언젠가는 다시 오겠지

붉은 노을 속을 걷는 나를 상상하며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걷고 걷고

 

"으데 가요~ 인지가면 태다 줄라고요~"

일부러 차를 세우고 묻는 진도할배의 인사를 받으며 걷는다

네시간 걷는 동안 정겨운 전라도인사를 세번 받았다

 

다음 농사 땜에 인자 사람사서 팔리지 않는 대파를 갈아엎어야 할 판인데

얼마전 송가인이가 백종원하고 테레비나와서 대파요리를 한번 한 뒤로

대파붐이 일어 이밭저밭 대파수확이 한창이다

저 먼 밭에서 맵고 단 대파향기가 폴폴 찻길까지 내려온다

버스에서 만난 할매가 송가인이 진도 보물이여~하셨다

 

대문없는 시골집은 언제나 놀랍다

코로나 때문에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곳사람이 빠진 여행은 많이 싱겁다

 

세방낙조가는 버스 장기사아저씨가 알려준대로 해안도로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다시 세방낙조다

가학면 동석산을 한바쿠 돌은 셈이다

전혀 계획에 없던 멋진 시간이다

버스 맨 앞자리 앉기를 잘했다

기사아저씨한테 말을 걸기를 참 잘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여행이 말할 수 없이 풍성해진다

 

 

오전내내 걷고 완전 지쳤다

걸으면서 진도읍내 나가서 전복물회먹어야지 입맛을 다셨다

분명 어젯밤에 물회하는 집을 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꿩대신 닭이다

해산물 많이 들어간 짬뽕이라도 먹어야지

삼선짬뽕이 아주 맛있었다

주인에게 좀 셨다 가도 된대요? 했더니

주인아줌마가 누워서 쉬라고 방문을 닫아주신다

오늘이 4월 5일

대북경반점 방안은 아직 삼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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