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얼핏 보니 건물 안에 사람들이 와글와글하다
뭐하는 곳인가 호기심이 생겨 들어갔다
식당이었다
기다란 탁자와 등받이 없는 긴 의자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국수를 먹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대부분이 티벳사람들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일부러라도 찾고 싶은 장소다
잠깐 서서 지켜보니 사람들이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식권을 받는다
주문하는 법은 알았는데 이제 뭘 주문해야 할지 난감하다
마침 국수가 올려진 쟁반이 옆으로 지나가기에 '저거 하나' 손짓을 했다
직원은 고개를 끄떡이며 메뉴판에서 6위안을 짚는다
나도 고개를 끄떡이고 10위안을 낸다
직원이 거스름돈과 함께 군번표 같은 식권을 내밀며 식당 안쪽을 가리킨다
말한마디 없이 소통이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안으로 들어오긴했는데 식권을 내야 할 주방이 보이지 않는다
양동이를 들고 빈그릇을 치우러 다니는 직원에게 식권을 보여줬는데 뭐라뭐라 하더니 그냥 간다
내가 주문한 국수와 똑같은 것을 먹고 있는 여인에게 식권을 보여주고서야 겨우 주방을 찾았다
작은 사기로 된 그릇에 국수를 가득 담아준다
뜨거운 그릇을 들고 쩔쩔매니 주방직원이 그릇잡는 방법을 알려준다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나란히 앉아 버터차를 마시는 남자 둘 앞에 빈자리를 발견했다
눈짓으로 앉아도 되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떡끄떡한다
앞에도 옆에도 티벳사람이 앉아 있는 식탁에 이방인이 혼자 자리를 잡았다
서로가 호기심이 가득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그저 웃기만 한다
끈기가 적은 거칠고 굵은 면발이 씹을 수록 구수하다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는 국물도 담백해서 좋다
순수한 티벳의 느낌이 좋아 천천히 국수를 먹는다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이 커다란 주전자를 들고 돌아다니며 빈 찻잔을 채워준다
6위엔짜리 국수를 파는 집에서 차를 친절하게 알아서 무한리필해주는구나
버터차를 사랑하는 티벳사람들이라 차 인심도 좋은가보다
나도 주려나? 근데 내 앞전에 앉았던 사람이 버터차가 가득 담긴 잔을 그대로 두고 갔다
직원들이 그게 내 잔인 줄 알았는지 나한테는 오지 않는다
눈치를 보니 국수 한그릇 먹고도 그냥 한없이 앉아서 얘기하는 분위기다
나도 그냥 한하고 앉아서 사람 구경을 한다
바로 옆자리에 새로온 손님이 들었다
자리에 앉더니 지폐를 한 주먹 꺼내 탁자에 놓는다
그들이 아무 얘기도 안했는데 주전자를 든 직원이 와서 버터차를 따라주고 지폐를 하나 집어간다
잔이 비면 다시 와서 차를 따르고 혼자 계산하고 가운에 달린 커다란 주머니에서 거스름돈을 꺼내 놓는다
손님과 직원이 서로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들 일을 한다
한참을 지켜보고서야 이 신기한 광경의 궁금증이 풀렸다
탁자 위에 놓인 지폐는 계속해서 찻잔을 채우라는 의미였다
종이컵 만한 버터차 한잔에 1위엔
버터차를 한잔만 마시는게 아니고 대화하면서 수시로 마시니
매번 차를 주문하고 계산하기에는 번거롭기도 하겠다
대화를 방해받지 않고 좋아하는 버터차를 원하는 만큼 마시기 위한 그들끼리의 약속
정말이지 너무나 대화를 좋아하고 너무나 버터차를 좋아하는 티벳사람들이다
내가 국수만 먹고 바로 나왔더라면 티벳식당에서는 버터차를 무한리필해주는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낯선 것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방법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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