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문답이라는데 이건 숫제 싸움이다

두 스님이 짝이 되어 뜨거운 말싸움을 벌인다

서있는 스님이 위아래로 손뼉을 치며 머라머라 소리를 지르고

앉아있는 스님이 그 말을 받아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머라머라 반박한다

손뼉을 치는 것은 진리와 교리의 충돌을 의미하는 동작이라는데

그 몸짓이 어찌나 격렬한지 손바닥이 빨갛게 달구어졌다

도대체 무슨 말이기에 저리 사생결단하듯 덤비고 반박하는지 넋을 놓고 본다


그것은 열정이었다

내가 공부하고 믿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너를 설득하겠다는 뜨거운 마음

이제껏 살아오면서 나는 누구에게 저런 열정을 가지고 내 주장을 편 적이 있었던가

갈등이 생기는 것이 싫어 회피하고 참고 오해받는게 싫어 포기했다

한순간도 뜨거운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다 나도 모르게 나홀로 난상토론을 하고 있다

주장하는 저쪽 스님을 보며 "내 말은 이거라구 알아듣겠어?"

반박하는 이쪽 스님을 보며 "아냐 아냐 그게 아냐 내 생각은 다르다구"

옆에서 힐끗힐끗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맞어 그려 잘한다" 하며 스님들의 난상토론에 끼어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 애기도 들어봐요

나도 얘기하고 싶어요

내가 얼마나 참는지 알아요? 당신들 기분 상할까봐 참고 슬플까봐 참고 오해받을까봐 참았어요

나도 말할거예요

나도 이제 솔직하게 말하고 살거라구요  눈치 안보고 살거야"

말이 되어 나온 나의 묵은체증

너무나 후련했다

스님을 붙잡고 얘기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티벳스님은 내 말을  못알아들어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 들을거 같았다






형실언니에게 최라사진을 얻었다

휴대폰이 금방금방 방전돼 여행내내 사진을 찍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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