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에서 요가하는 날이다

오늘은 일곱시 반에 시작해서 마음이 여유롭다

부슬비 오는 하천둑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문화원으로 간다

어제 하루종일 내린 비로 하천물이 많이 불어났다

오리 몇마리 장난치고 물가에 초록풀융단이 아름답던 하천을 오늘은 누런 흙탕물이 다 차지하고 흐른다

거세게 흐르는 물줄기가 호탕하다

하천 따라 걷는 동안 하천의 다양한 표정을 만난다

부드럽게 유유히 흐르거나 울룩불룩 요동친다

어느 지점에서는 제법 크게 일어난 물결이 마치 파도처럼 거품을 달고 기를 쓰며 거스르고 있다

낙차가 있는 곳은 부글부글 끌탕이 생겨 사로잡힌 맹수처럼 물결이 몸부림을 친다

문득 이 모든 것이 물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물은 그저 흐르다 돌을 만나면 솟구치고 낮은 곳을 만나면 떨어지고 판판한 곳에서는 조용히 부드러워진다


오늘 과장에게 프라자마트가 폐업한다고 했더니 그 말을 듣고 과장이 웃으며 말했다

"어째 업체가 너한테 가면 폐업을 하냐?"

과장이 심술궂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 말에 상처를 받았다

터무니 없는 말을 듣고도 직장의 위계 때문에 말한마디 할 수 없어 더욱 화가 났다

화가 난 마음이 퇴근해서도 가라앉지 않는다 

과장의 말은 누런 흙탕물이다

내 마음이 평평하면 그냥 흘러갈 물인데 이렇게 요동을 치고 있다

내 마음속에 커다란 돌이 있다는 얘기다

그 돌이 무엇인지 생각해야지 흙탕물이 왜 이리 지랄맞냐고 투덜댈게 아니다


과장이 하는 말을 농담으로 웃어넘길 수도 있었다

그게 안되면 그냥 무시해도 됐다

그러지 못하고 그의 말에 휘둘린 것은 나는 터럭만큼도 지적받고 싶지 않다는 교만함이다

나는 일을  깔끔하게 해내는 능력있고 책임감 있는 직원이라는 교만함을 과장이 건드린 것이다

나는 얼마나 더 깨져야 이 교만함이 없어질지 참으로 난감하다

나를 힘들게 하는 지랄쟁이들이 모두 나를 가르치기 위해 온 인연들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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