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린 보풀 한올한올 촘촘히 단도리하며 새초롬했느니
여름 뜨거운 햇살 아래 건강한 보풀 빛내며 뽐냈느니
가을 지나가는 바람에 화사한 보풀 올올이 맘껏 부풀며 자유롭고 당당했느니
겨울 찬바람 따라 가는 가벼운 보풀 잡지 못하고 하나하나 놓쳤느니
떠나야 했던 것들 모두 떠나고
남을 것만 가지런히 남은 지금 침묵하나니
봄이 나온다
낮은 자세로 살그머니 봄이 삐져 나온다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자라지 못하는 것이
서로 의지하고 있다
버들강아지 가지 하나 마음에 달고 걸었다
벨벳의 봄바람
곱게 고데한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