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이뻐하는 나에게
고양이가 말할 수 없이 은근하다
살곰살곰 다가와 닿을 듯 말듯 내 주위를 빙빙 돈다
손을 내밀어 그 보드라운 등을 쓰다듬으려 하니 살짝 피하고
손을 거두어 가만히 있으면 다시 다가와 빙글빙글 돌며 애를 태운다
'너를 싫어하지 않아
나도 너에게 관심이 있어
하지만 내가 너에게 가는 거야
너는 기다려야 해'
고양이의 새침한 밀당과 도도함에 푹 빠진다
저를 귀찮아 하는 나에게
자두가 대책없이 달려든다
딴데 보고 있는 내 품으로 그냥 돌진해서 온몸을 흔들며 내 얼굴을 핧아댄다
몇번을 밀쳐내도 몇번을 좋아죽겠다는 듯이 뛰어든다
나를 이렇게 좋아하다니 속없는 그 모습에 감동한다
자두가 너무 이뻐 끌어안고 마구 뽀뽀한다
그 사람이 좋다
소년같은 천진한 미소
풍부한 감성
따뜻한 마음
놀라운 지성
대단한 글솜씨
그에게 빠져버린 나는 고양이가 될까 자두가 될까 고민한다
아예 고양이반 자두반의 신공으로 그를 꼼짝 못하게 해버릴까나
영롱한 겨울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되도 않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