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일
산책하는데 마침 읍내분수대에서 분수쇼를 시작한다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춤을 추는 모습이 신기하고 아름답다
허공으로 솟구치던 물줄기가 추락할 때
물방울은 영롱하고 부딪치는소리는 경쾌했다
내가 물줄기가 되었다
나를 힘차게 허공으로 밀어주던 힘이
어랏 어느순간 딱 끊긴다
당황스럽다
황당하다
으아악~~~~
철퍼덕
2016년 9월 3일
작은아버지 문병가자고 하니 두말않고 따라나서는 탁이
착하기도 해라
택시타자고 하는걸 버스타자고 했더니 또 순순히 따른다
우리탁이 하는 짓도 이쁘고 생긴 것도 이쁘다
2016년 9월 5일
탁이가 자취짐을 꾸렸다
케리어 하나 베낭 하나 이불 베개 두개
신나서 가는 탁이가 계속 당부한 말은 "문 잘 잠그고 자"
동빈이는 잘 때 안고 자는 인형을 챙겨가더라
재밌겠다 이 구여운 청춘들아
2016년 9월 6일
산책하는데 우유대리점홍보가판대가 보인다
아저씨 한분이 가판대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코를 후비적후비적거린다
손가락을 확인하고 튕기고 다시 후비적후비적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반갑게 일어나서 우유 하나 가져가라고 한다
드러워서 도망왔다
2016년 9월 9일
점심때 탁이한테 전화가 왔다
"나 지금 집에 가"
"와~~우리탁이 온다~~~ 이게 얼마만에 오는겨 이거 엄니가 조퇴하고 가야되는거 아녀?"
"아녀 그냥 일해 돈벌어서 나 먹어살려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년 9월 11일
1. 송편 이쁘게 만들면 이쁜딸 낳는다
2. 내 송편 이쁘다
3. 이쁘니는 이쁘다
1. 송편 이쁘게 만들면 이쁜딸 낳는다
2. 이쁘니가 이쁘다
3. 내 송편 이쁘다
내송편은 이쁘고
이쁜이는 이쁜게 확실한 논리
2016년 9월 12일
감나무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2016년 9월 13일
머리 묶어줄게~
2016년 9월 20일
사무실에 손님이 오셨어
다과를 주고나서
"더 필요하신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했더니
"물필요해요" 하대
그래서 물을 갖다 줬더니
"불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러는거야
그래서 "아 불이요? 라이타요?"
"아니 불필요하다고요 농담한건데..."
아놔 불필요하다는 사람한테 물갖다주고 라이타찾아다줄라고 했네
2016년 9월 20일
지난번에도 한눈에 반한 가방이다
육만원이래서 허걱하고 나왔다
오늘 다시 보니 진짜 예쁘다
색, 디자인 모두 딱 내 취향이다
만지작만지작
살까?
꼭 필요한게 아니잖아
쓰다듬어보며 갈등하다가 결국 나왔다
돌아오면서 결심했다
이렇게 눈에 아른거리는데 육만원 나에게 못쓰나
다음에 읍내나가면 그거 살거다
2016년 9월 24일
독고다이
2016년 9월 25일
밭가생이로 심어놓은 수수가 여물어가니 새들이 신났다
속이 타는 엄니는 장대 끝에 양산을 꽂아 허공에 올렸다
저쪽에는 줄무늬 빨간 웃도리를 입은 장대가 서있다
새들이 엄니생각보다 겁이 없다
애가 타는 엄니는 여섯시부터 헌냄비 들구나와 두드리며 새를 쫓으셨단다
"이거봐라 냄비찌그러진거
근데 멀리두 안가 여기서 두드리면 저리로 가고 저기가서 두드리면 일루가구
한 일주일만 더 있으면 비는데 그때까지 참 큰일이다"
새들이 울엄니 생각해서 양심껏 조금씩만 까먹으면 좋겠다
2016년 9월 26일
사무실 이전하고 은주씨가 과장님한테 전화했다
직원들 모두에게 점심을 사겠단다
머 이런 애가 있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애라는 생각에 그뒤로 연락오면 피했다
오늘 산책하다 전화를 받았다
내 태도가 변한 이유를 묻기에 솔직하게 대답을 했다
사는 방식이 너무 달라서 대하는게 편치가 않다고.
마음약한 애한테 상처가 될거라는 것을 알지만 그애가 너무 싫다
착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저를 호구로 아는 사람들한테 계속해서 그렇게 매달리는 이유를 난 정말 모르겠다
2016년 9월 27일
사무실이전할 때 들어온 화분이 잎지고 꽃진다
떨어진 꽃이 아직 이뻐서 버리지 못하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문득 태국여행이 생각난다
이쁜이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이뽀 태국같아" 한다
우와~우리가 한마디 말없이 이렇게 통한다
이쁜이랑 이럴 때
나는 너무너무 행복한 에미가 된다
2016년 9월 27일
올 여름도 어지간히 많이 걸었다
2016년 9월 30일
얘는 무슨 생각으로 저가 출발한 곳으로 다시 갔는지
곤충을 유인해 꽃가루를 퍼뜨리려는 나팔꽃작전에
내가 걸려들어
오묘한 색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황홀하다
꽃잎도 아니고
잎파리에 이렇게 정교한 무늬가 있다
세잎이 조로록 모이면 완성되는 삼각형
하 신기해라
자연속에 공연히 그래지는 건 없으니 검색을 해본다
아구야
햇빛을 받아 열을 내서 곤충을 부르는 장치라고 한다
알고 다시 보니 더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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