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이랑 이쁜이더러 할머니 설선물을 준비하라고 일렀다

알바해서 번 돈 술값으로 몽땅 탕진한 탁이가 난감해하길래 선물비를 지원해줬다

이번에는 뭘 사야할 지 난감해 하길래 영양크림을 골라줬다

아니 아예 탁이대신 화장품가게 가서 영양크림을 하나 사왔다

할머니네로 선물 들고 오는건 탁이가 했다

알바가 밤늦게 끝나 설날 아침 일곱시에 온 탁이가

"이거 할머니 선물이예요~"하며 작은 종이가방을 내민다

"하이고 우리손자가 할머니 선물을 다 샀어?"

울엄니 아주 감동하신다

"탁이가 샀겄어 지어매가 사줬겄지"

눈치없는 작은엄마가 날카롭게 상황파악하시고 한말씀 하신다

"아뉴~ 탁이가 알바해서 돈 벌었다구 할머니 선물 사드리는거예요~"

"내가 그렇잖아도 설쇠고 희경어매더러 삼만원 주구 영양크림 하나 사다달라구 해야겄다 했는데

어떻게 알구 이걸 사왔대니"

울엄니가 아주 환하게 웃으신다

저렇게 좋으실까

 

오후에 온 이쁜이가 할머니한테 스카프를 드린다

우리엄니 또 흥분하신다

방에서 엄니스카프를 하나 꺼내갖고 오시더니

"내가 지난번에 이만원 주고 산건디 이건 첨에 두를 때면 아주 차가운디

얘 이건 아주 보들보들하니 따뜻하다

참 좋다 아이고 돈도 없을텐데 이런 걸 왜 사왔어그래"

만져보고 목에 둘러보고 쓰다듬어보신다

 

어제 탁이한테 은근히 말을 꺼낸다

"탁아 할머니 탁이선물받고 정말 좋아하시더라 탁이가 그렇게 좋으신가~"

"나도 할머니 그러시는거 보고 놀랬어 내년부터 진짜로 선물해드려야겠어"

 

탁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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