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밖에 나오니 어둑어둑하다

벌써 장이 다 파했으면 어쩌나 걱정돼 종종걸음을 쳤다

이쁜아줌마는 벌써 물건을 다 정리해서 다라에는 물만 담겨있다

"뭐찾아?"

"피조개요 "

"피조개는 없어"

오늘도 허탕인가 실망하는데 말을 푸짐하게 잘하는 저쪽 아줌마 앞에 피조개 망이 보인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피조개다~~~~~~~~~~~

 

아줌마가 나더러 봉다리 잡고 있으란다

내 검은봉다리 속에 아줌마가 애기조막만한 피조개를 덥석덥석 집어 담는다

"아 피조개 너무 좋아요"

"그렇게 좋은가베"

"예 막 설레요 얼마나 기다렸다구요"

"좋아한다니까 더 줘야겄네"

저울이 이미 정리한 짐 속에 들어간 터

아줌마는 저울 꺼낼 것도 없이 "이정도면 될껴" 짐작으로 대충 담는다

파장에 찾아온 피조개광팬한테 아줌마가 인심을 팍팍 쓴 덕에 봉다리가 무겁다

 

끓기 시작하는 물에 피조개를 넣고 살살 저으니

피조개가 벙근 꽃망울 터지듯 딱딱 입을 벌린다

속을 발라 뜨거운 물에 한번 헹궈 이쁜 접시에 담았다

미환언니한테 자랑질 하느라 사진 한컷 찍어 보내고 오물오물 그 맛난 피조개를 영접했다

 

드디어 이번 겨울 피조개대장정의 시작이다

다음장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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