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나온 그녀가 황량한 벌판에 있는 카페를 찾아왔다
이년 전 남자는 감옥으로 돌아가는 그녀에게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간다는 말도 없이 안개속에서 홀연히 사라진 남자다
여자는 올 지 안올 지 모르는 그 남자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작은소리에도 예민하게 두리번거리던 그녀가 어느 순간 한곳을 응시하다 조용히 미소짓는다
남자가 화면밖 어디에 서있는 것을 본 것인지
머지 않아 나타날지
아니면 그녀 앞에 끝끝내 나타나지 않을 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영화는 화면에 여자 혼자만을 남겨놓은 채 끝나버린다
영화가 이렇게 끝나면 안된다
내 앞에서 둘은 만나야한다
겨우 마음을 열고 곧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움에 애달픈 키쓰를 나누었던 여자와 남자
둘은 체온을 온전히 느껴보지도 못한 채 황망하게 헤어졌다
그러니 이제 그녀 앞에 남자가 다시 나타나야하고
서로 으스러지도록 품어야 하고
따뜻한 체온을 온전히 다 느껴야한다
애틋한 그리움을 다 풀고 행복하게 웃는 그들을 꼭 봐야만 한다
정념에 휩싸인 나는 만나지 못한 여자와 남자가 안타까워 한동안 안절부절이다
문득 여자의 조용한 미소를 떠올린다
그녀는 그 남자를 만나지 못한다 해도 더이상 암울하거나 쓸쓸하지 않을 것이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만나질 터이니 여자는 미소지으며 조용히 기다리며 살 지 모른다
사랑을 품은 그녀의 마음은 따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이 진정된다
'사랑을 하게 되면
그 대상만이 아니라 그 밖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된다'
그윽한 만추가 나의 불안한 정념을 달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