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6일

시영이생일이라고 놀거라고 하더니 점심시간에 일미에 있다고 전화가 왔다

갔더니 열명이 똬악!

튀김을 두접시 시켜놓고 먹길래 "이건 엄니가 계산하실게 시형이 생일선물이여"했는데

사만원이 똬악!!

"하이고 자네들 엄청 먹는구먼 엄니가 반만 내주실게"

반 뚝 잘라먹고 장정들 조직인사받으며 퇴장했다

탁이 친구들이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이쁜지

 

2013년 11월 7일

스님이 무엇을 먹을 것인가로 강연을 한다는 플래카드를 보았다

부족해서 못먹는 사람이 넘치는 세상에서

아무거나 먹지말라는 얘기가 불편하게 다가온다

누구에게 미안하지 않게

내앞에 놓인 음식 감사히 먹을 뿐

 

2013년 11월 9일

형님이랑 하우스 안에서 파를 다듬고 있다

빗방울이 톡톡톡 떨어진다

그 소리가 경쾌해 나는 좋다

형님은 밭에서 알타리무 뽑는 고모부때문에 난리가 났다

비맞으면 감기걸린다고 우비 입고 하라고 야단이다

밖에 나가보니 별 비가 아니다

하우스 안이어서 그 소리가 더 심한 거였다

고모부는 괜찮다는데도 형님의 걱정은 계속된다

소용도 없는 얘기를 멈추지 못하는 형님ㅎㅎ

 

지금 하우스 안에서 빗소리를 듣고 있는 것인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때 잘 생각해봐야지

 

2013년 11월 11일

국화꽃 속에 애벌레가 한마리

가만히 들여다보니 꽃잎을 갉아먹고 있다

야곰야곰

향기로운 샛노란 꽃잎을 아주 맛있게 먹는다

꽃에게는 미안하지만

애벌레가 밉지 않았다

 

바람에 이는 잔물결이 아름다운 점심산책

 

2013년 11월 13일

누구를 흉보는 마음이 생긴다

내 말과 생각과 행동으로 내 삶의 무늬를 만들어 간다

나는 맑고 단순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누구를 흉보는 마음이 가라앉는다

 

2013년 11월 13일

늘 마음속으로 머리속으로 누군가를 시비한다

왜 저럴까 왜 왜 왜....

나라면 안할 것 같은 말과 행동을 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 저럴까 왜 왜 왜....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시비하는 내가 참 견디기 힘들고 괴롭다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니까 이러는 거구나

나는 마음이 넓고 교양있고 착하고 남을 배려하고 조용하고 예의 바르고 깔끔하고 또또또 뭐라뭐라

근거가 희박한 이 교만이 나를 힘들고 괴롭게 하는 거구나

누구는 나를 보고 이기적이고 위선적이고 무뚝뚝하고 괴팍하고 버릇없고 지저분하고 시끄럽다고 할 것이다

이게 답이구나

나를 지켜봐야지

 

2013년 11월 15일

쳇 베이커의 87년 연주동영상 아임 어 풀 투 원 유

카메라와 조명에 감탄한다

쳇베이커와 함께 카메라가 연주를 하는구나

카메라를 든 사람의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는 움직임

조명과 카메라는 또 하나의 예술이다

벅찬 감동

 

2013년 11월 16일

 

가끔 물만 주었는데 이렇게 이쁜 꽃이 폈다

들인 공에 비해 내가 너무 큰 호사를 누리고 있구나

"울애기 엄니가 가끔 물만 줬는데 이렇게 이쁜 꽃이 피었네 우리이쁜이처럼"

 

2013년 11월 17일

대글대글 사과가 매달려있던 사과나무가 훵하다

열매가 하나도 없다

사과나무에는 까치밥이 없구나

혹시 감나무 까치밥은 까치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따기 힘들어서??????????

흔해서?????????

 

우리이쁜이 중2때 산 가방

크리스마스악몽에 나오는 해골귀신 잭

오십 다된 나이랑 안어울리나?

그럼 워뗘~내가 좋다는데 누가 흉보든 말든

근데 사실 조금 뻘쭘하기는 하네

그래서 잭을 안으로 가게 해서 들기도 하고 그랬다 ㅎㅎ

이쁜이한테 사진찍어보냈더니 킥킥킥

 

절아래집 울타리

호박이 해먹에 누워 여유만만

날이 좀 덜 추웠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아주 제대로 대우받는 호박

 

2013년 11월 19일

모닝똥시간에 자두가 무릎 위로 올라온다

자두를 안으니 부드럽고 따뜻하다

포근하다 참 좋다

자두털에 코를 박고 말한다

"우리애기 고마워"

 

2013년 11월 20일

향불을 피워놓고 연기를 따라 춤을 춘다

눈을 감고 유연하게 유연하게 움직인다

서서히 사라지는 연기의 마지막을 손가락끝에 담아본다

평화롭다

향이 피워올리는 연기처럼 맺힌 데 없는 유연한 사람이고 싶다

 

2013년 11월 20일

거대한 내 발이 지척인데도 꼼짝 안하고 햇빛을 즐기고 있는 메뚜기

어쩌나 보려고 살그머니 발끝으로 다가가본다

닿을 듯 말 듯하니 그제서야 폴짝 뛰어오른다

멀리도 아니고 바로 앞으로 착지하는데

모냥 빠지게 뒤집어져서 버둥버둥 ㅋㅋㅋㅋㅋ

너 기력이 떨어진거냐

너무 먹어 뚱뚱해진거냐

 

2013년 11월 21일

평소 덜렁대고 욕심많아 보이는 직원이 반찬을 집어가다가 조금 떨어뜨린다

'어이구 좀 덜 집지 하여간~'0.1초도 걸리지 않고 흉보는 나

내가 같은 반찬을 집어들다 조금 떨어뜨린다

'으이구 나나 잘하세요'

 

 

2013년 11월 21일

청의 엑소시스트 우사마루에 푹 빠진 탁이

바이올린과 첼로의 선율이 아름다운 우사마루음악을 듣고 또 듣는다

음악에 빠져있는 탁이의 그윽한 눈빛이 아름답다

 

2013년 11월 22일

열차가 출발하고 있다

기관차가 길게 매달린 객차를 끌기 시작한다

천천히 천천히 힘겹게 힘겹게 움직인다

기관차의 힘에 새삼스럽게 놀란다

어떻게 저런 힘을 내지 우와~~~~~~

 

2013년 11월 25일

법륜스님이 즉문즉설에서 '인기는 사람들이 갖고 노는거'라고 했다

스님말씀이 놀랄만큼 정확하다

마마시상식에서 지드래곤을 보았다

수줍은 듯 웃는 모습에 푹 빠져 허우적대던게 엊그제인데

트로피를 들고 냉랭한 표정을 하고 있는 지드래곤이 매력없어 채널을 돌린다

축제에서 저 거만한 표정이 뭐여

진짜로 원어브카인드인 줄 아나베

흠 재수가 없네

저 젊은이가 인기의 덫에 빠졌구먼

자네가 그러면 내가 자네를 좋아할 수가 없단 말이지 굿바이여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고 일순간 변해버린 내 마음이라니

몇달도 아니고 몇년도 아니고 몇일 사이에 일어나는 변화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의 마음이 이렇게 요사스러운 것이거늘

정말 매력적인 젊은이 지디

자네가 이 파도에서 중심을 잘 잡고 흔들리지 않기를 기도하네

 

2013년 11월 26일

겨울비가 내린다

우산을 든 손이 시렵다

권투선수는 오늘도 달린다

논두렁에는 자주색잠바를 입은 할아버지가 땅을 파고 있다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는데도 태연하게 할 일을 하는 사람들

 

2013년 11월 27일

탁이보다 조금 늦게 자야했다

불빛 방해받지 않게 하려고 탁이방문을 닫으니

"문 닫으면 나 무서운데"한다

하이고 아직도 이러네

더 무서우라고 탁이가 최고로 무섭게 본 영화 인시디어스노래를 불러준다

자려다말고 일어나 인시디어스 노래하고 춤추는 탁이ㅎㅎ

우리가 함께 한 추억이 많아 참 좋다

 

2013년 11월 27일

퇴근길에 눈발이 날린다

물색없이 좋아하다가 노숙자를 생각하니 심란하다

젊은이들은 어른들이 정서가 메말랐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네

빛과 그늘을 너무 잘 알기에

좋은 걸 맘껏 표현하지 못하는 거라네....

 

2013년 11월 28일

석류를 세 알 샀다

일하다 석류를 생각하고 슬그머니 웃는다

이쁜이랑 탁이랑 석류를 좋아한다

알알이 따서 유리그릇에 담아 놓으면 석류알이 보석처럼 이쁘다

이따 야간자습 끝나고 온 탁이가 보석같은 석류알을 먹을거다

석류먹는 울애기들 생각하며 슬그머니 웃는다

 

2013년 11월 29일

음력 10월 27일 오늘 우리이쁜이가 태어났다

"울애기 오늘이 이쁜이가 엄니아부지한테 온 날이여

엄니아부지가 축하받아야하는 날이지 사랑해"

 

 2013년 11월 29일

"오늘이 토요일인줄 알았어"

열시 넘어 출근하는 총무님이

노란 잠바에 여행가방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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