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니네서 가마솥에 불을 때 두부를 했다
끓인 콩물을 자루에 담아 비지를 걸러낸 후
바가지에 간수덩어리를 넣고 서서히 돌리니 몽글몽글 콩물이 엉긴다
볼 때마다 신기한 장면이다
뽀얗던 물이 말갛게 변할 때 간수를 꺼내야 한다고 알려주신다
이때를 놓치면 두부에서 쓴 맛이 난다네
순두부가 몸에 좋다는 엄니 말에 양념간장 만들어 한대접을 먹었다
아~참 고소하다
남은 순두부를 베보자기에 받쳐 도마로 잠시 눌러놓는다
너무 단단하지도 않고 너무 무르지도 않은 두부를 썰어 김장배추김치를 올려서 먹는다
가게서 파는 두부는 왜 이런 고소한 맛이 없을까
아가씨네 조카들이 어찌나 잘먹는지 그 모습이 신기하고 먹성 시원찮은 탁이 생각하니 그저 부럽다
내가 집에 있는 탁이 생각하고 안타까울 때 울엄니 두부 좋아하는 큰딸 생각하셨다
"큰애도 두부 잘먹는데 안왔으니 소용있나 "
그 말씀을 몇번이나 하는 엄니가 짠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탁이가 맛있게 먹기를 기대하며 두부 한모 행여 깨질세라 조심조심 챙겨갖고 돌아왔다
아이고 우리엄니를 내가 아직도 모른다
오늘 아침 샤워중인데 전화벨이 울린다
"얘 우체국택배 연락좀 해라 큰애한테 두부 부쳐주게"
울엄니 밤새 뒤척이셨나보다
이깟거 조금인데 보내줘야 하나 하다가 파는 두부하고 비교도 안되는 집에서 한 두부를 부쳐줘야겄다 하다가 그러셨겠지
택배로 큰딸에게 두부를 부쳐주는 엄니 때문에 나는 또 한번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