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과 함께 "산책길에 만난 자유"라고 자경언니한테 문자보냈더니

"할아버지(할머니?)가 보도브럭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네...

이번주 무엇인가를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기 연습중"이라는 답장이 왔다

 

보이는 것을 나의 주관적인 해석없이 순수하게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나는 그게 참 안되는 사람이다

내 주관적인 해석이 좋은 의미일 때는 별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그것이 좋지 않은 해석일 경우에는 갈등과 불행의 불씨가 되어 나를 달달달 볶는다

그게 피곤해 한동안은 해석없이 사물을 그대로 보는 연습을 열심히 해봤다

하지만 마음속 분란은 없는 대신 재미가 없다

더구나 어인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상상력이 되려 풍부해진다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는 것들이 내 주관을 건드려 내멋대로 해석하고 의미를 붙이게 된다

다행인 것은 나의 해석이 점점 더 다정해지고 따뜻해지고 유쾌해진다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늙어가는 것이 나는 참 마음에 든다

 

할아버지가 가을햇빛 따뜻한 한낮에

꺼리낌없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신문을 읽는다

그 모습에서 나는 자유를 읽는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가을바람같은 홀가분을 선물한다

아 참 좋다

몰래 할아버지의 사진을 찍었다

할아버지 옆에 앉아 말 몇마디라도 나누고 싶지만

아쉽게도 점심시간이 끝나간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세세하게 내 눈과 내 마음을 끌어당긴다

나는 그것들을 내 맘대로 내 멋대로 해석한다

유쾌하고 행복한 과정이다

나의 일상이 자잘한 감흥으로 채워지니 나는 참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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