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건 다 잊어도 이건 꼭 기억해 절대 여자에게 카드를 맡기지마라"
영화 아일랜드에서 도시로 떠나는 세상물정 전혀 모르는 복제인간 이완에게 친구가 신신당부한 말이다
카드를 여자에게 맡긴다는 것이 그렇게나 위험한 일인가부다
그런데 나한테는 달라는 말도 안하는데 한달에 한번 출근길에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카드를 내미는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영화 아일랜드를 안봤거나
그 영화를 보고도 이런 거라면 내가 여자가 아닌거다
주는 것이니 사양하지 않는다
그리고 성의를 생각해 망설임없이 출근하자마자 카드를 긁는다
착착착차르르르르르르륵
카드영수증 긁혀 나오는 소리가 경쾌하다 이 소리는 언제나 듣기 좋다
기분 좋게 서명을 한다
110,00원 썼다
이게 내 한계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무 약하다
그래도 이게 나인걸 어쩌랴
그 남자 내가 카드로 뭘 얼마나 썼는지 무지 궁금할거다
나 매너있는 여자다
카드 줬다고 흥청망청 쓰지 않는다
쓸 만큼만 쓰고 돌려준다
점심먹고 카드를 들고 가 그 남자에게 돌려준다
나에게 카드 넘겨주고 얼마나 쓸까 전전긍긍했을까?
그 남자 반색을 하며 봉투를 받는다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고맙긴 내가 고맙지요~~
이번 달에도 나타날 때가 됐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이 남자 비가 오는데도 출근길에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조용히 카드를 건넨다
나는 아주 고맙게 카드를 받는다
그새 또 한달이 지났구나
시간이 참 빠르게도 지나간다
내가 맡고 있는 업체 모두 여기 사장님처럼 기장수수료를 정확하게 결재해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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