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청량사 - 영주 부석사 - 괴헌고택에서 하룻밤 

안동 봉정사 영산암 - 기와그림전시관 - 문경새재 찻사발축제

그리고 길에서의 시간들

화양연화 1박2일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나는 아직 현지적응을 못하고 여행길을 따라 흐르고 있다

흐르다 수시로 멈추는 곳은 봉정사 영산암 마당

그 정겹고 아담하고 정갈한 절마당으로 내 마음이 자꾸 흘러든다

돌아서 나올 때 너무나 아쉬워서 눈물이 다 났던 영산암

마음도 몸도 가만히 둔 채

오래도록 쉬고 싶은 곳

마당 한켠의 소나무와 오래된 석등 그리고 빼꼼히 보이던 응진전 앞 작은 꽃마당

눈에 띄게 아름답게 꾸미려는 흔적도 없고 무심하게 방치하지도 않았다

넘치지 않을 만큼의 마음으로 손질이 된 마당이 오래된 절집과 너무나 아름답게 잘 어울린다

앞을 막고 있는 우화루이지만 누각 반이 앞산이 다 보이도록 탁 틔어있는 구조여서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

막았으나 막히지 않았다

막힘과 트임을 그런 방법으로 절묘하게 조화시키다니 나는 한없이 감탄한다

 

정겨운 마당에서 내가 어린애가 되었는가

응진전안 불상 주변으로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는 아라한상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누군지 잘 모르겠어서 스님한테 물어보니 수행을 많이 한 부처님제자들이라고 한다

표정이 다 각각이다

누구는 인자하고 누구는 엄하고 누구는 무심하고 누구는 익살스럽다

한분한분이 마음이 항상 시끄럽다고 투정하는 나에게 한말씀씩 해준신다

엄살부리지 말고 어려워도 참고 남에게 기대려하지 말고 지금처럼 재밌게 잘 살으라고 하신다

자그마한 모습으로 내 앞에 앉아 내 마음을 세세히 어루만지는 그들이 너무 좋았다

 

영산암 안에서 맑은 아침을 맞고 하루를 조용히 보내고 어둠 속에 가만히 잠기고 싶었다

그러면 내 마음이 영산암처럼 정갈하고 소박해질거 같았다

생각만해도 너무 좋아 가슴이 설레이는 곳

내 마음은 시도때도 없이 영산암 그곳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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