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랑 산책하러 나갔다가 우연히 들어선 길이 별천지가는 길이었다
관작리계곡에 그렇게 환상적인 가을이 숨어있을 줄 몰랐다
가까이에 이리 이쁜 가을이 있는 줄도 모르고 탁이랑 갑사까지 단풍구경가려고 했다
산속으로 뻗은 임도는 더러 굽이치기도 하면서 정겨웠고
가을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용골산 비탈은 따뜻해보였다
늘씬늘씬한 전나무의 위용은 너무나 이국적이었다
한없이 끝없이 걷고 걸었다
느닷없는 꽹과리소리 북소리가 들린다
숲속에서 누군가 굿을 하고 있었다
이 소리 오랜만에 듣는다
아주 어렸을 때 동네에 점집이 있어 그집 할머니가 경읽는걸 구경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굿하는 소리가 낯설지 않다
무슨 염원인지 모르지만 간절한 그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나도 빌어주었다
길 한가운데 주저앉아 굿소리를 듣는데 갑자기 무섬증이 인다
자두가 옆에 있어 그래도 덜 무섭긴 해도 더 안으로 들어가는게 꺼려진다
인적이 드문 산길에서 두려움 없이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데
난 늘 마음 한쪽에 무섬증을 안고 다닌다
산허리를 따라 걸으니 숲이 더 잘 보인다
산등성이를 따라 산자락을 내려다보며 걷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산이 나를 품고 있는 것 같아 푸근하고 아늑하다
금오산의 단풍이 수수하다
화려하게 붉거나 노랗지 않고 가을햇빛과 가을바람에 순하게 바래가는 갈빛이다
그 순한빛이 참 아름답다
금오산의 순한 기운을 받아 나도 순해진 한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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