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평계곡서 수평으로 자라는 나무를 보았다
산그늘을 피하느라 계곡쪽으로 비스듬하게 서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컸을까 싶을만큼 기이하게 생겼다
본줄기에서 나온 곁가지가 몸통보다 더 굵게 거의 수평으로 뻗었다
그 굵기가 어린아이가 안으면 벅찰 것 같다
군데군데 옹이지고 굽이 친 모양을 보며 나무가 치러낸 치열했던 지난 세월을 짐작해본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듬직함과 함께 시난고난 겪었을 시련에 마음이 아프다
저 거대한 몸집을 쓰러지지 않게 붙들고 있는 뿌리가 대단하다
온힘으로 버티고 있을 뿌리다
내가 다 고단하다
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 한들 저럴 수 있을 것이며
키우고 싶은 포부만 있다 한들 저럴 수 있을 것인가
시련의 흔적을 고스란히 몸에 간직한 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은 기이한 나무를 보면
늘 벅찬 감동을 받는다
나무처럼 포기하지 말고 여하튼 살아야 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