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그만하고 싶다

어제밤부터 오늘아침까지 온통 이생각 뿐이다

 

요즘 탁이가 하루에 두시간 정도 공부를 한다

아니 내가 공부를 하게 한다

인터넷으로 영어 한시간 듣고 아주 기본적인 수학교재를 두쪽정도 보고

국어를 두쪽 소리내서 읽고 서너문제를 푼다

국어 영어는 그래도 덜한데 수학을 할 때는 아주 속이 터질거 같다

탁이는 의자에서 있는데로 몸을 뒤로 제끼고 내 말을 흘려 듣는다

기껏 설명하고 다시 물어보면 몰라~한다

어제 울화가 치밀어 목소리를 높였더니 목소리 크게 하지마~이런다

진이 빠진다

안하고 싶다

니 맘대로 해! 하고 싶다

이렇게 억지로 질질 끌려오고 끌어가는거 정말정말 싫다

하지만 그만 둘 수가 없다

고등학교 들어갈만큼도 안되는 성적인데 이마저도 안하면 대책이 없다

내 맘을 몰라주는 탁이에게 너무 화가 난다

그 화 때문에 탁이와 나의 다정한 일상이 멈추었다

잠자리에서 해주는 기도도 멈추었고 사랑스런 뽀뽀도 멈추었다

그냥 좋아죽겠어서 꼭 안아주는 행동도 멈추고

행복하고 감사해서 뿌듯하게 잠들던 밤도 멈췄다

아침에 일어나면 옆에서 자고 있는 탁이얼굴을 쓰다듬고 뽀뽀하던 살가운 하루의 시작도 멈추었고

밥먹는 탁이 옆에서 반찬을 챙겨주던 자상함도 멈추었다

 

이렇게 변한 일상에 탁이는 당황하고 나는 한없이 마음이 무겁다

이러는 시간이 너무 혼란스럽다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탁이에게 화가 난 것보다 나에 대한 불안이 더 크다

내가 엄마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다

어렸을 때 제대로 지도하지 못해 탁이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고

화가 난다고 이마저도 그만 두면 중요한 시기에 엄마로서 무책임했다는 후회를 평생동안 하게 될거야

그게 무서웠던거다

나 자신이 안쓰러워 나를 다독인다

그래 힘들구나 좋은 엄마이고 싶은데 일이 이렇게 꼬이는구나

하지만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인거 알지? 다독다독

사랑하는 탁이랑 천천히 다시 가보자고 마음을 추스린다

 

강을 건너고 나서도 뗏목을 이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지

이제는 소용없는 뗏목을 이고는 왜이리 무겁냐고 불평하는 사람이었다지

그래 나는 어제 뗏목을 타고 작은 강을 건넜다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뗏목을 머리에 이고는 무겁다고 불평하고 있었던거구나

이제 뗏목을 여기에 내려놓고 다시 탁이와 함께 길을 떠나는거다

이쁜이가 어제밤 문자를 보냈다

<힘내 언젠간될교> 힘이 난다

학교가는 탁이를 안고 뽀뽀한다 "사랑해 잘 갔다와"

다시 다정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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