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서 지내는 이쁜이가 집에 오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반찬 뭐있어? 이렇게 말하는 소리는 날 위해 특별한 반찬을 해놓았겠지? 하는 소리로 들린다

이쁜이는 그냥 하는 소리일텐데 그것이 예사로 들리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특별한 것을 준비하지 않으면 이쁜이가 서운해할거라는 생각에 반찬걱정을 한다

어색한 일이다

손님같은 이쁜이가 어제는 햄스터를 갖고 내게 한마디 했다

햄스터한테 무관심하다고 말이다

털도 젖고 등치도 작아졌다고 잘좀 보살피라고 한다

나원참 얘가 지에미를 아주 띄엄띄엄 알고 있다

말못하는 짐승이라고 내가 얼마나 신경을 쓰는데 그런 말을 한담

저걸 한대 쥐어박아주나 하는걸 꾹 참고 빨래를 널고 있는데 또 한마디 한다

왜 햄스터한테 오래된 빵을 줘?

아휴~~속터져

한마디 시작하면 봇물터질거 같아 아예 상대를 안하고는 속으로만 마구 퍼부었다

'야 이 진상아 오래됐어도 먹을 수 있는 빵이거덩

햄스터가 무슨 상전이라고 신선한 빵만 줘야돼냐

그래 이 에미가 버리기 아까워서 줬다

이 에미를 지끔 째째하다고 니가 비난하는거냐

너는 햄스터는 보이고 이 에미는 안보이냐? 다다다다다다다'

이 말 다 쏟아냈으면 이쁜이 골라고 한참 서로가 냉랭했을거다

삶은빨래 박박 빨다 생각해보니 이쁜이가 나를 비난한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쁜이는 그저 햄스터우리안에 있는 오래된 빵을 보고 한 말인거다

그 오래된 빵을 갖고 우리엄마 짠순이구나 우리엄마 햄스터한테 너무하는구나

이런 생각은 안했을 수도 있는거다

이쁜이의 단순한 말한마디에 내생각을 갖다 덧붙이고는 괘씸한거 같으니라고 열받아서

마음속에서 이쁜이랑 한판을 벌인거다

이쁜이가 손님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식으로 상상을 키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시 읽기 시작한 천개의 공감 덕을 보았다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갈등의 태반은 내 마음속의 망상이라는 것이 이런 경우일게다

순간의 화를 잘 참았고 내 마음을 잘 들여다 보았다

그 덕에 일요일 한낮이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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