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김치를 버무리며
"아구야 이거 디게 많네요"
"많기는야 주연네 보내구 희경아베한테 보내구 니네 가져가구 그럼 얼마 되겄냐"
"희경아베는 거기서 안한대요?"
"잘 안되나보더라 접때 전화왔는데 목소리가 션찮어
말을 못하는거 같길래 김치 보내랴 했더니 그러라구하는게 그여자랑 헤어졌네벼"
"꽤 진지하던데 왜 그랬대요 잘좀 하지.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 만나기두 쉽지 않은데"
"그러구 사는 남자 찾아오는 여자는 정상이겄냐"
"여자입장에서는 그렇긴 한대요 희경아베한테는 그게 그래야 좋은거잖여요"
김장하면서 희경아베엄마와 희경아베 아내가 이런 말을 했네
듣는 이나 말하는 이나 도통 뭐 께림찍한게 없는 편안한 분위기였어
우리 두 여자 희경아베 덕에 해탈의 경지에 오른거같어
가끔 픽픽 웃음이 나오는 그날의 한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