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5일

이쁜이가 어버이날 선물로 향수를 사줬다

향수를 선물받은 기분이 너무나 근사하다

 

2023년 5월 9일

어느 집인가 아침밥 하다가 깜빡 다시 잠들었나보다

아카시아 향기 가득한 계단이

오늘은 찌개 탄 매운냄새로 가득하다

싱그런 아침대신 재밌는 출근길

 

2023년 5월 9일

매주 화요일은 지하층에서 노래교실이 열린다

오후 2시부터 노래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시끄럽다고 불평하는 직원들

그들이 까다롭다고 생각하다보니

난 사무실 안쪽이어서 노래소리가 덜 들린다

각자 그럴만한 이유로 말하고 행동한다

 

2023년 5월 11일

나한테 반지받았다

 

2023년 5월 13일

"너 미나리 좋아해서 내가 고성리까지 갔다 왔다

저거 끌고 한 시간 걸리더라"

보행기에 의지해도 조금만 걸으면 허리아프다고 하시면서

엄니가 미나리를 또 한보따리 챙겨주신다

지난주에도 이만큼 가져가서 며칠에 걸쳐서 간신히 먹었다

이번주도 며칠은 밥대신 미나리무침 먹어야 한다

 

2023년 5월 20일

인간관계에서 시시때대로 당하는 봉변에 대해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생각하지 말자

이유를 찾아낼 수도 없고

설령 그 이유를 찾아낸다고 해도

나는 그 이유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느닷없는 소나기를 맞았다 생각하자

석달열흘 장마도 아닌데

그깟 소나기가 대수겠나

 

2023년 5월 27일

탁이한테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한 큰애기가

맨정신으로 도저히 떨려서 못하겠어서

맥주 반 캔을 마시고 왔단다

 

2023년 5월 27일

초파일 향천사에 가서 가족등을 달았다

등 리본에 전남편과 나와 엄청이쁜이 귀한탁이

넷의 이름을 적었다

부부의 인연이 끝났어도

부모자식의 인연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은 전남편이 또다른 가족과 사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2023년 6월 5일

화장실 수리가 일요일 오전이면 대충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엄니한테 일요일에 가겠다고 미리 전화를 했다

공사일정에 차질이 생겨 일요일에는 가기 어려울 것 같다

토요일 저녁에 엄니한테 전화를 걸어 월요일에 간다고 했다

엄니 "맘대로 해라"하고는 전화를 뚝 끊는다

엄니가 나를 많이 기다리시는구나

 

2023년 6월 6일

열무김치에 밥을 비벼먹겠다고 했더니

엄니가 양재기, 냉장고에 깨, 방망이를 가져오라고 하신다

양재기에 통깨를 넣고 방망이로 빻아주시며 '여기다 김치넣고 기름 넣고 고추장 넣고'하신다

엄니 앞에서 어린애처럼 볼이 미어지게 비빔밥을 먹었다

 

2023년 6월 6일

지리산에서 건강을 챙기라면서 산나물을 보내겠다고 문자가 왔다

냉정하게 거절할까 고민했다

굳이 척을 질 필요는 없지

감사하게 받는다

 

2023년 6월 10일

자두랑 공원을 산책하는데 머슴애 셋이가 수상쩍다

치킨박스 같은거에다 뭘 줏어서 쓰레기통에 갖다 쏟기를 반복한다

"도령들 지금 뭐해?" 물었더니

"쓰레기 주워요" 한다

"우와 이렇게 착한 도령들이라니 아이구 참 이쁘다"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사다 줬다

"어떻게 이런 이쁜 생각을 했어?"

"하진이가 하자고 했어요" 

8살 권하진이라고 했다

월요일에 학교에 연락해줘야겠다

 

2023년 6월 11일

요즘 자두랑 산책하면 듣는게 늙었다는 말이다

눈치없는 사람은 볼 때마다 그 소리여서 저기에 그 사람이 보이면 일부러 돌아서 간다

한마디 말로 사람을 쫓아내는 사람이다

오늘은 자두가 예쁜애기 소리를 들었다

아가씨 소리도 들었다

할매들이 그렇게 기분좋은 얘기를 해줬다

자두랑 나는 아주 행복하다

 

2023년 6월 12일

산책하다가 인터넷을 검색해서 금오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토요일 얘기를 자세하게 해줬더니 선생님이 꼭 칭찬해주겠다면서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통화를 끝내고 무슨 맘이 들어선지 내가 제대로 전화를 했는지 확인해봤다

오마나 경기도 의왕에 있는 금오학교다

다시 예산 금오학교를 찾아서 통화를 했다

경기도 금오학교에도 다시 전화를 걸어 실수했다고 알렸다

노안에 덜렁대기까지 하니 난감하다

 

2023년 6월 13일

생일이다

누구 생일이 되면 아침부터 시끌시끌한 단톡방이 저녁까지 조용하다

친구들 삶이 분주한가보다

새삼 작은 일 챙기며 탱자탱자 사는 내 삶이 너무나 감사하다

 

2023년 6월 16일

인배 탁이랑 광시가서 저녁을 먹었다

백수이면서 참 아는 것도 많은 인배가 성실하게 잘하고 있는 탁이한테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한다

탁이가 물들을까봐 걱정인데 분위기 생각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집에 와서 "오늘 삼촌이 말을 좀 많이 하는거 같더먼"했더니

"삼촌 말 많이 안하는데?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는건 삼촌이 하는 얘기가 맘에 안들어서 그런거야"

탁이가 나보다 한참 낫다

 

2023년 6월 18일

 

귀한탁이 엄청이쁜이 감사합니다

귀한탁이 엄청이쁜이 잘 살고 있습니다

본이 되게 살겠습니다

의젓하게 살겠습니다

울진 소나무숲길에서 만나는 소나무마다 쓰다듬으며 기도했다

 

2023년 6월 19일

끓는 물에 데쳐낸 닭다리에 감자 양파 마늘 넣고

고추장 고춧가루 진간장 올리고당으로 양념해서 닭도리탕을 끓였다

보글보글 끓을 때 간을 봤는데 시큼한 맛이 난다

갸우뚱~단게 부족한가 싶어 설탕을 조금 넣었다

여전히 시큼하다

들기름도 조금 넣고 다시다도 조금 넣어봐도 시큼한 맛이 가시지 않는다

신맛이 날 일이 없는데 내 입맛이 이상해졌나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뒷정리를 하다가 사과식초병을 발견했다

아까 내 눈에는 이게 올리고당으로 보였다

 

2023년 6월 21일 

탱고공연을 봤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어려서는 여자스텝이 더 끌렸는데 오로지 남자스텝만 눈에 들어왔다

단순한 발재간이 아니다

길을 터주고 길을 막고 붙잡았다 풀어주고 밀어주고 지탱해주고

여인의 꽃이 필 자리를 만들어주는 남자의 스텝이 너무나 황홀했다

탱고를 배워야겠다

 

2023년 6월 28일

두 파수 연달아 소라를 먹었다

만족스럽다

오늘은 통통한 해삼 한 마리를 샀다

대롱대롱 까만봉다리 흔들며 사무실로 돌아오다가

장날마두 먹고 싶은 조개며 멍게며 해삼을 사먹을 수 있는

나의 재력이 너무 뿌듯했다

같은 말을 해도 이쁜이랑 탁이랑 이렇게 다른 반응이 나온다

사랑스런 울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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