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1일

길지 않은 분량으로 나를 소개하라고 했다

막막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나 찾아본다

대체로 직업은 무엇이고 무슨 공부를 했고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를 말한다

틀에 맞춰보니 나는 남편은 있다가 없고

아들딸은 다 커서 독립해서 말할게 없고

생계형 직업은 특별하게 설명할 게 없다

나는 누군가가 결혼은 했는지 자식은 있는지 직업은 뭔지가 궁금하기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하다

 

막막한 숙제를 안고 산책에 나섰다가 길에서 숙제를 풀었다

나는 참 단순한 사람이었다

<예산사람입니다

몇년전 다큐영화 <영혼의 순례길>을 본 후로 마음은 티벳사람입니다

학띵이라고 바람과 구름이라는 뜻의 티벳이름도 있습니다

시속4킬로미터의 속도로 세상을 음미하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티벳사람처럼 늘 기도하며 

바람과 구름처럼 자유롭기를 바라고

걷다가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을만큼 걷는게 좋고 

살아온 시간이 너무나 감사하고 지금 이순간 너무나 행복하다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

 

너무 뜬구름같아 머뭇거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이 딱 이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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