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4일
은갈치가 바닷속을 헤엄친다
은빛 비늘로 덮인 몸은 반짝반짝 빛이나고
머리에서 꼬리까지 연결된 투명한 등지느러미는 레이스처럼 우아하게 하늘거린다
살아 헤엄치는 은갈치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은갈치떼가 유영하는 위에 배 하나 떠 있다
깜깜한 밤바다 수십개의 집어등을 밝힌 배 주변이 대낮처럼 환하다
이 불빛을 보고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들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먹이 삼는 은갈치가 따라 온다
어부는 은갈치를 기다리며 비린내가 가장 많이 나는 꽁치를 썰어 낚시바늘에 꿴다
그리고 수직으로 열개의 바늘이 달린 낚시줄을 가만히 수심에 드리운다
오래지 않아 꽁치비린내 유혹에 빠져 낚시바늘을 덥썩 물은 은갈치가 낚시바늘에 걸려나온다
어부는 은갈치가 걸린 바늘위치를 확인한다
낚시줄 중간에 많이 물린 것을 보고는 50미터까지 드리웠던 낚시줄을 30미터께로 조정한다
노련한 어부가 치밀하게 작전을 짜서 낚시줄을 드리우니 이후부터 은갈치는 속절없이 낚인다
낚시줄 꺼내기 바쁘고 은갈치 떼어내고 낚시줄 드리우기 바쁘다
바닷속에서 유유히 헤엄쳐다니던 싱그럽고 아름다운 은갈치는
이제 3지 4지 만원짜리 이만원짜리로 불려지며 갑판 위에서 뻐끔뻐끔 누워있다
조심하지 그랬어
눈앞에 쉬운 먹이가 있을 때는 의심해봐야지
한순간 맛난 먹이를 탐하다 비참하게 죽어가는 은갈치가 안쓰럽고 바보같다
그러나 이내 내 생각을 바꾼다
은갈치가 어리석은게 아니다
너를 낚겠다고 작정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다가오는 저 노련한 어부를 무슨 수로 당하겠나
너의 잘못이 아니다
너에게는 중과부적인 노릇이다
인간세상에도 사람들 사이에 낚시줄을 드리우는 낚시꾼이 많다
그들이 작심하고 덤비는 낚시질에 수많은 사람들이 노련한 어부에게 당하는 은갈치처럼 희생당한다
살아가는게 아슬아슬하기는 우리나 은갈치나 마찬가지다
오늘도 무사한 내 삶에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