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이가 내게 까닭없이 퉁명스럽다
낼모레 생일을 축하해주겠다는 톡에도 마지못해 대답한다
짜증난다
남편하고 다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한동안 분위기 좋다 했다
미숙이가 성미고약한 남편이랑 사느라 고생하는건 알지만
그건 그거구 나에게 이러는건 무례한거지
난 무례한 사람이 정말 싫다
아침에 오일플링 하면서 무심히 책꽂이에서 책을 하나 꺼냈다
황인숙시집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우연이 필연이다
제목이 미숙이 생각으로 투덜거리는 내 마음을 다독인다
내가 친구에게 야박했다
지금 미숙이는 내가 잘 모르는 어떤 일로 침울해 있는데
나는 내가 원하는대로 나를 대해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하고 있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친구 미숙이에게 나는 부끄러운 친구다
그 시집으로 나를 이끈 오늘 아침의 '우연'이 참으로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