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이 검고 긴 머리를 부풀리고 짙은 붉은색 드레스를 입었다

웅산의 몸에 밀착된 드레스가 반짝반짝 반짝반짝 관능적으로 빛난다

조명 속에서 웅산이 아름답다


자경언니는 마당을 나온 암닭이 나를 닮았다고 했다

정숙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며 나를 생각했고

연심이는 문숙다큐를 볼 때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미자는 목로주점을 들으면 내 생각이 난다고 했다

모두 내게는 낯선 얘기였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짙은 화장

화려한 옷차림

노골적으로 섹시한 몸짓

이런거에 질색하는데 무대 위의 웅산을 내가 부러워하고 있다


세상을 향해 나는 가면을 쓴 채

점잖고 무던하고 수수하고 교양있고 수더분하고 편안한 사람인 척 살고 있다

수십년을 그 가면을 쓰고 살아서 이제는 그것이 가면인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어쩌면 이 가면을 쓴 채 이 생을 마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요즘 내가 아주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타인의 눈에 맞추어진 내 삶을 바꿔 나의 욕망에 솔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 웅산이 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나의 가면을 살짝 벗었던거 같기도 하다

달콤하고 황홀하고 자유로웠다

이 가면을 벗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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