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4일

점심산책을 하는데

젊은 여인이 양산을 쓰고 온다

아무리 자외선이 무섭기로 겨울에 양산이라니 심하네

속으로 흉봤다

이런이런 나도 기미가 걱정돼 썬캡을 쓰고 나서지 않았나

도찐개찐이다


2017년 12월 5일

"어떻게"를 읽는다

문학창작이라니 교실을 잘못 들어갔다

헌데 너무 재미있다

콩나물 시루같은 마음밭이라 작가의 기막힌 말들이 고이지 못하는데도

내마음에서 뭔가 꼬물꼬물 변하고 있다


2017년 12월 6일

가수를 향한 애정은 노래를 하는 그 순간 그 사람밖에 안보일 정도로 강렬한 대신

노래가 끝나면 토막이 나는데

작가를 향한 애정은 문장 위에 촛불처럼 밝혀져

책을 읽는 긴 시간동안 은은하게 그 빛이 유지된다


2017년 12월 8일

아침 찬공기가 살얼음처럼 쨍하다

이렇게 쨍한 겨울아침이 너무너무 좋다

장터에 장꾼들이 추위에 서성거린다

추워서 좋다는 말을 못하겠다

대신 추위를 상쾌하게 즐길 수 있는 나여서 참 행복하다고 감사했다


2017년 12월 9일

탁이 부대개방하는 날

탁이선임이 나에게 말한다

"승탁이가 너무 착하고 성격이 좋아서 부모님이 정말 궁금했습니다

승탁이 정말 말도 점잖고 진짜 착합니다"

탁이가 중대에서 제일 잘생겼다는 말은 뽀나쓰


부모들에게 장갑차를 태워줬다

군인들이 이 장갑차를 타고 격전지로 이동하는거다

천장이 뻥 뚫려있고 좌석 앞마다 총구를 내밀 수 있는 구멍이 나있는데도

운행중에는 장갑차안에 매연이 가득했다

한쪽 벽면에 일산화탄소를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있었다

나중에 탁이한테 들으니 한참 앉아있으면 몽롱해진다고 한다

투박한 쇳덩어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흔들리는 장갑차에 앉아있는것만 해도 긴장이 됐다

이 안에 앉아 있는 군인들을 상상하니 슬펐다


2017년 12월 9일

꽐라된 탁이가 하는 말

난 재밌게 사는게 좋아

친구들이랑 술마시고 노는게 좋아

이십대중반까지는 이렇게 살거야

누나는 너무 재미없게 살았어

누나가 불쌍해 맨날 공부만 하고


2017년 12월 10일

"주교리할머니꿈을 자주 꿔

귤까서 하얀 거 떼내고 속껍질 벗겨서 주셨는데 그 꿈을 꿔"

"군대 오기 전에는 솔직히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했어

군대 와보니까 잘생긴 애들이 너무 많어

솔직히 난 애매해 애매하게 생겼어"


2017년 12월 14일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라고 생각하며 관성으로 사는 것

이것을 경계해야지

호기심을 잃지 않을 것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도록 노력할 것

감동하고 감사할 것

사는게 참 즐겁다


2017년 12월 14일

'마음을 다해'

전라도닷컴을 읽다가 마음에 담은 말

마음을 다해 보고

마음을 다해 듣고

마음을 다해 말해야지

삶이 예술이 되는 방법이 이것이겠다


2017년  12월 26일

웅산공연을 보는데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이 연주에 심취해 두 다리를 어쩔 줄 몰라하며 들썩인다

격정적인 그 모습이 왜 그리 감동적인지

무대위의 그들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하는 순간순간 노래 하는 순간순간 무아지경에 빠지고 짜릿한 희열을 느낄게 아닌가

건강한 심장이 보여주는 심전도그래프처럼 상하가 출렁이는 삶

멋지다 부럽다


웅산이 부르는 노래가 나를 춤추게 했다

느리고 빠른 속도를 타며 내 몸이 움직이고 싶은 대로 리듬을 탔다

블루스와 재즈의 끈적거리는 느낌이 너무나 황홀했다

몇년을 라디오에서 나오는 맑은 음악만 들었다

마음이 평온한 대신 감정이 따분했다

오늘 웅산노래를 들으며

퇴폐적이거나 관능적이거나 감미로운 음악을 멀리했던 것이

내 마음이 대책없이 풀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본심을 봉인해제해야겠다

무엇이 두려워 움추리고 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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