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나른해진 것이라 생각했다
점심시간에 짧은산책을 하는데도 팔다리에 힘이 빠져 내 몸이 무거웠다
투명한 젤리속을 헤치고 나가는 느낌
간신히 사무실에 들어왔다
알고보니 몸살기운이었다
엄니가 개떡했다고 다녀가라고 하시는데 내일가겠다 하고 여덟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열두시쯤 얼핏 잠이 깼다
자두가 내 옆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다
자두 산책시켜야는데 어쩌나
지금이라도 잠깐 나갔다올까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우리 자두 하루종일 산책시간만 기다렸을텐데 너무 미안하다
내가 아프면 자두산책이 제일 큰 문제구나
누군가에게 수고비를 주고라도 산책을 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늙어 자리보전하고 있으면 어쩐대
한시간에 만원만 준다고 해도 한달이면 삼십만원
그돈도 만만치 않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열두시간을 꼬박 자고 일어나니 몸이 가볍다
감사합니다
저절로 감사기도가 나온다
점심시간에 잠깐 가서 자두 산책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