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엄니에게 전병을 사다드렸다
선물용 포장이 된 과자곽을 보시더니 값을 물으신다
"가게가 무슨 행사를 하더라구요 반값에 샀어요 만원밖에 안해요"
"애좀봐 니가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걸 사~ 한푼이라도 아껴야지 담에 올 때 머 사지 말고 그냥 와"
지난주에 다녀오면서 김치도 가져오고 무수도 가져왔으니 오늘은 별 짐이 없으려니 했다
하지만 이른 저녁을 준비하면서 끓인 시금치된장국에 달래, 냉이, 쪽파, 호두과자 다섯개, 베지밀, 요구르트, 얼려놓은 갈비국을 담으니 또 가방이 두 개가 됐다
나는 올 때마다 엄니살림을 거덜내는 며느리다
살뜰하게 챙겨주신 가방을 들고 나서려는데 엄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방에서 전병통을 들고 나오신다
"얘 이거 맛있어서 너 줄려고 냉겨놨다 갖구 가서 먹어라"
"하이고 됐어요 저 안먹을래요 엄니드세요"
"그럼 조금 먹구가"
"지금 배불러서 싫어요"
"배부르다고 이거 하나 못먹냐?"
"싫어요 뒀다 엄니 드세요"
"그럼 이것만 갖구가 여기다 넣어줄게 가면서 먹어라"
엄니가 스웨타호주머니에 기어코 과자 몇 개를 넣어주신다
차턱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가만히 호주머니 속을 들여다본다
전병 세 개가 얌전하게 들어있다
늙은 시엄니가 며느리 먹으라고 호주머니에 넣어주신 과자
보기에도 아까울 만큼 이쁘다
나의 일상이 영화처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