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이한테 편지가 왔다

편지봉투가 두툼하다

하 우리탁이 훈련소에서 고생하면서 엄니생각 많이 나나베

탁이 편지가 소중해 가위로 봉투를 이쁘게 오려 편지를 꺼냈다

세장씩이나 된다

투 민지

이~ 그려 민지한테도 당연히 써야지

투 친구

이~ 그려 친구들한테도 써야지

투 대학동기들

이~ 그려 대학친구들한테도 써야지

어라라라랏 내껀 없네

보고싶은 엄니 사랑하는 엄니는 없네

편지지 뒤에다 썼나? 봉투에 아직 편지지가 남아있나? 뒤집어보고 뒤적여봤는데 없다

"니들 보고 싶다 여기 너무 힘들다 울고 싶어도 울시간도 없다 편지 많이 써라 머라머라"

엄마 이거 민지한테 보내줘

엄마 이거 시권이한테 보내줘

엄마 이거 동빈이한테 보내줘

엄마 편지지 우표 보내줘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 엄마다

 

여덟시쯤 031번호가 찍힌 전화가 왔다

콜랙트콜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우와 탁이다

"탁아~~~~~" 목소리가 아주 좋아보인다

"엄마 나 오늘 제식훈련 잘했다고 통화하게 해주는거야 근데 오분밖에 못해 친구들한테도 해야돼

엄마 잘 지내지? 내 걱정하지마 알았지? 수료식때 봐~"

"알았어 사랑해~~"

편지만큼이나 짧은 통화를 했다

 

아들 군대보내고 얼마나 허전하냐고 주변에서 걱정해줄 때

육군카페에서 엄마들이 훈련소에 있는 아들 너무 보고싶고 걱정된다고 애틋한 글을 올릴 때

나는 너무 말짱해 나 스스로 무슨 엄마가 이러지 싶었다

오늘 탁이를 보니 그런 엄마에게 어울리는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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