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서 작은엄니네 손녀 결혼식이 있다
결혼식에 가기 위해 탁이랑 아홉시버스를 탔다
손님이 많지 않다
홍성에 정차했을 때 기사가 앞자리에 앉은 아저씨한테 말한다
"제가 여기까지는 와봤는데 여기서부터 어떻게 가는지를 잘 모르겠네요
이따 길좀 잘 알려주세요"
"네비게이션 없슈?"
"정류장이 많아서 그걸 못써요"
하 이런 일도 있네
갈산 지나면서 운전석 뒤에 앉은 아줌마 아저씨가 간간히 저기~ 여기~ 머라머라 하신다
고북이 제일 난코스였는지 버스가 천천히 달린다
창밖을 보니 우리 버스가 일차선 동네안길로도 간다
다시 큰길이 나오고 아까 지나간 고북정류장이 나타난다
아줌마가 "아까 여기서 절루 갔어야는디 저기루 가면 되유"한다
승객과 오손도손 의논해가며 길찾아가는 시외버스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이 시간이 참 느긋하고 평화롭다
팍팍하게 생각하자면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버스기사도 처음 와보는 길이 있고 헤맬 수도 있는 일이다
버스기사가 너무 미안해하고 그래서 당황해하고 그래서 승객들에게 정색하며 사과를 했다면 오히려 승객이 더 불안했을지 모른다
승객중 누군가 툴툴거리거나 늦게 간다고 항의를 했으면 버스안 분위기가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근데 버스기사나 승객이나 다 그 시간을 느긋하게 받아들였다
뒷자리에 젊은아빠랑 어린아들이 앉아있었다
"아빠 여기 아까 왔었지?"하는 말에 "기사아저씨가 길을 잘 모른대" 아빠가 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꼬마는 지금 얼마나 멋진 경험을 하는지 모를 것이다
버스든 비행기든 정해진 시간없이 출발하는 것에 익숙해
갈 때되면 가겠지 하고 느긋하게 기다린다는 먼 나라 사람들처럼 우리가 그랬다
참 정겹고 편안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