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4일
한시 넘어 들어온 탁이
"용태엄마 암이시래 용태 울면서 집에 갔어"
"그러니까 엄마 건강검진 꼭 받아"
"아니다 엄마는 못생겨서 암에 안걸리겠다 못생긴 사람은 암에 안걸려
엄마는 치매걱정 해야돼"
탁이가 제방으로 가지 않고 내 옆에 누워 한참을 얘기한다
우리탁이와 언젠가 이별을 할 생각을 하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
2016년 1월 7일
누군가 내용물을 꺼내고 빈 박스를 그대로 놔두었다
'누가 이렇게 해놨을까'를 생각하는 나
그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치우자
매번 당황하고
매번 결심이 필요한
아주 사소한 일
2016년 1월 10일
절에 가는 아침
농부가 고추밭에서 마른고춧대를 걷어 태우고 있다
급하지도 않은 일일거 같은데 일요일 아침부터 부지런한 농부다
따닥따닥 불소리가 정겹다
보기 좋은 풍경을 찍는다
"사진 왜 찍는규?"젊은 농부가 묻는다
"좋아서요~"하니
"난 또. 불놨다고 신고할라고 찍는줄 알았유"
어머나 깜짝이야
2016년 1월 30일
발밑에서 바사바삭 부서지는 눈의 느낌과 소리가 어찌나 명랑한지
중독되어 한없이 걷고 걷는다
예당저수지 조각공원께 카페에서 꼬마와 아이엄마가 나온다
아이가 하얀 눈이 그대로인 마당으로 들어가니
엄마가 기겁을 하고 소리지는다
"왜 거기로 가~눈 들어가잖아~미끄러워~얼른 나와~"
평평한 안마당조차 위험하다고 아이한테 겁을 주는 엄마가 안타깝고 답답하다
2016년 1월 10일
할머니 한분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들어오신다
천원짜리 소중히 들고가 불전에 올려놓고 자리로 돌아오신다
저 몸으로 어떻게 절을 하실까 걱정이다
할머니가 서서히 허리만 숙여 손을 바닥에 짚는다
잠시 그대로 있다가 서서히 일어나는 할머니의 절
무릎이 아픈 할머니의 절이 애틋해 눈물이 났다
2016년 1월 13일
진짜 아무리 봐도 그지같은 신발인데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한땀 더럽혀서
가격이 사십만원이다
치즈인더트랩에 나오는 인호가 신은모습에 반한 탁이는
한달동안 알바한 돈으로 사겠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나간 짓인데 말리지 못하겠다
탁이가 이렇게 돈쓰며 내가 바라는대로 소비에 대해 배우는게 있겠지
정말 그래야 하는데 꼭 그래야 하는데 반드시 그래야 하는데....
2016년 1월 26일
눈이 기어다니고 있다
무슨 눈이 이런대ㅋㅋㅋㅋㅋ
2016년 1월 26일
출근길 성당마당으로 들어서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무릎을 꿇고 있다
순간 여기가 성당이라 기도를 하시는건가 했다
웬일인가 했더니 어지러워서 주저 앉아계신거였다
부축하고 어디가시는 길인가 여쭸다
마을회관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병원차가 온단다
행색이 할아버지의 어려운 사정을 고스란히 알게 해준다
할아버지가 마을회관까지 올 기력이 있으니 다행이지
그마저도 없으면 꼼짝없이 집안에 계셔야 할게 아닌가
늙고 병들고 가난한게 정말 무섭다
2016년 1월 27일
당진문예회관 가곡공연
하우스콘서트래서 누구네집에서 할까 궁금했는데
무대위에 조촐하게 꾸민 하우스였다
바로 앞에서 마이크없이 부르는 성악가의 노래는 황홀했다
그들의 소리가 내 온몸을 채우고 휘감았다
너무나 좋은 순간 너무나 사랑스런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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