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가 가마솥에 고기국물을 고아놓으셨다

큰냄비에 추석날 아침에 쓸거 옮겨담고 남은 국물은 오래 보관할 그릇에 옮겨담아야 한다

거실에 앉아 엄니가 지시를 하신다

"큰 밥통에 하나 담아서 김치냉장고에 넣고 나머지는 납작한 그릇에 담아 대문간에 내놔라"

말씀대로 하고 있는데 엄니가 계산이 잘못됐는지 계획을 바꾸신다

양재기에 담아 옮기려는데  "그러면 그릇이 작을거 같다 그거 쏟고 다른 디다 해라"

양재기에 있는거 쏟으니 뭔 생각이신지 "그걸 왜 쏟냐 거기거는 그냥 두지"

악~~~~~~

도대체 뭔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사뭇 나무라는 투로 말씀하시는 엄니말투가 갑자기 거슬려 부아가 치민다

시키신 대로 하고 있는데 쏟아라 부어라 왜 붓냐 하시더니 결국에 처음 하자시던 대로다

 

귀어둡고 허리꼬부라진 엄니가 애기같고 안쓰러워 엄니가 머라구 지청구하셔도 순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한동안 어지간한 지청구는 그저 웃어넘겨 스스로 내가 신기하고 대견했다

오늘처럼 별거 아닌 일에도 이렇게 골이 나는거 보니 갈길이 아직 멀고 멀었다

 그걸 다 지켜본 이쁜이한테 속마음을 털어놨더니 이쁜이가 그런다

"잘 안될 때도 있지 어떻게 맨날 잘해?"

그려 이쁜아 엄니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거 알아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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