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할인카드로 영화를 예매하니 이천원이 할인된다

"이런걸 몰랐네" 희희낙낙

탁이랑 골목길을 세바퀴 돈 끝에 결정한 닭갈비집에서 점심을 먹고

영화시간 삼십분 전에 창구에 가서 예매내역을 보여준다

"이건 씨지브이인데요 여기는 야우리예요"

멍청한 아줌마가 되는 순간이다

 

씨지브이까지 택시비가 삼천팔백원이 나왔다

"엄니랑 같이 다니면 이렇게 예측불허의 드라마가 생기는겨 재밌지?"

멍청한 엄니는 이런 것도 재밌다고 또 희희낙낙

탁이가 아주 기가막혀한다

 

인터스텔라, 입이 딱 벌어지는 영화다

상상력을 빛내주는 과학

과학으로 보여주는 상상력

그것을 가능케하는 기술과 자본

무슨 말인가는 못알아듣겠는데 뭘 말하려는 건지는 알겠다

정신없이 빠져든다

 

영화가 끝나니 밖이 깜깜하다

기차를 타고 갈까 시내버스로 온양까지 가서 갈아탈까

탁이가 터미널로 다시 가서 버스를 타자고 한다

기차보다 버스가 좋고 한번에 가는게 좋단다

터미널까지 택시를 타자고 하는데 택시비가 너무 아깝다

"요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터미널이여 걸어가두 뎌"

걷기좋아하는 에미를 따라 우리탁이가 같이 걸어준다

햐아~순전히 돈 아끼려고 걷자고 한 건데 눈앞에 펼쳐진 경치가 영화처럼 아름답다

은행나무 노란잎이 가로등불빛을 받아 더 화려한 밤거리다

탁이와 내가 낯선 곳에 여행을 온 기분이다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아름다운 밤거리를 걷는 에미는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탁이가 가끔 차가 없는 것을 불평한다

오늘같은 시간

나는 우리에게 차가 없는 것에 감사한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탁이에게 말한다

"엄니는 우리한테 차가 없는게 이럴 때 참 감사해

오늘 엄니가 탁이랑 밤길을 걷는데 너무너무 좋았어

차가 있었으면 그냥 주차장에서 차타고 슝 왔을거고

그랬으면 아름다운 천안밤거리를 걸을 일이 없었을거 아녀

엄니는 우리탁이랑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이 생기는게 너무 좋아~"

우리탁이 이번에도 순하게 내 말을 듣는다

 

인터스텔라에서 쿠퍼의 아내가 그랬다지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추억이 되어줄 뿐이라고

오늘 이시간이 탁이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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