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이 데모시디를 듣는다

"아냐아냐~ 쓰레기야~끔찍하군"

댄은 한 소절도 채 듣지 않고 데모시디를 바꾸고 팽개치고 심지어 창밖으로 버리기까지 한다

그 데모시디를 만든 이에게는 간절한 꿈이고 희망일 텐데,

만일 저 시디주인이 저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보는 내가 다 무참하다

 

전철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려던 댄은

때맞춰 와주지 않는 전철을 기다리다 잠깐의 짬을 내어 술집에 들른다

그곳에서 크레타의 노래를 듣게 되는데

들으려고 해서가 아니라 그냥 들려오는 노래의 가사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한다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니 몸이 움직인다

온전히 노래에 빠져들어 직업적인 상상력까지 더해지니

기타반주의 소박한 크레타의 노래는 현악기와 드럼과 피아노의 선율이 더해져 환상적인 음악으로 완성된다

댄의 상상속에서 첼로가 저 혼자 움직이고 피아노가 더해지고 드럼이 연주되는 기가막힌 장면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지 우와~~~

 

그 장면 때문에 버려진 시디가 더 마음이 아프다

댄이 데모시디를 건성으로 들을 때 

직업적인 촉이 발휘되는 판단일 수도 수도 있지만 더 관심을 갖고 들어주지 않는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댄이 크레타의 노래에 몰입하는 순간이 그만큼 인상적이기도 했다

그 일은 그때 그 장소 그 상황이어서 일어나는 것이구나

크레타의 노래가 댄의 상처를 건드리는 가사가 아니었다면

댄과 크레타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는 않았을게다

 

삶의 가닥을 좌우하는 건 운명이다

우연같아 보여도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운명이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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