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영화가 끝났다

노래와 함께 자막이 올라가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

그냥 다 나간다

뒤돌아보는 사람도 드물다

금방 비어버린 객석

앞쪽에서부터 휴지를 줍고 보조의자를 챙긴다

그러다 깜짝 놀랐다

여섯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가 아직 남아있다

앞의자 등받이를 두손으로 잡고 몸을 앞으로 당긴 채 화면에 아주 푹 빠져있다

청소하다 너무 신기해서 옆에 서서 아이를 지켜본다

노래와 자막은 끝없이 계속되고 아이는 미동조차 없다

대단한 몰입이다

 

그 옆에 아이보다 더 대단한 엄마가 서있다

갓난아이를 안고 서서 딸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다른 이들은 다 나가고

진행요원들은 청소를 하고

갓난 아이를 안고 있으니

조금은 초조하거나 미안하거나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그냥 옆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다

 

좀 길다 싶은 엔딩장면이 드디어 끝났다

화면이 하얗게 비워지니 아이가 현실로 돌아온다

그러기를 기다렸다가 아이엄마 옆으로 다가갔다

"정말 멋진 엄마네요"

내 말뜻을 아는 아이엄마가 활짝 웃는다

멋진 엄마와 멋진 딸이다

 

내가 젊었을 때 우리애기들을 저 엄마처럼 편안하게 기다려줬을까?

뿌듯한 기억이 없는거보니 난 별로 그러지 못한거 같다

돌이킬 수 없는 그 시간이 미안하구나

이제라도 기다려주는 엄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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