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3일

바람은 불어도 햇빛이 강하니 은근하게 덥다

오늘은 걸어서 엄니네를 간다

양산쓰고 흔들흔들 시리미고개를 넘어간다

목이 마르다

구식으로 고개길 넘어가는데 신식으로 슈퍼에서 물을 사먹는건 웬지 안어울린다

가게를 그냥 지나친다

목마른 내 눈앞에 앵두나무가 짠 하고 나타난다

크고 붉은 앵두알이 가지마다 다닥다닥 다글다글 달려있다

게다가 주인아줌니가 옆에서 풀을 뽑고 계시다

"앵두좀 따먹어도 돼요?"

"그류 별맛 없을규"

세상에~ 이게 맛없으면 맛있는 앵두는 대체 무슨 맛일까

"아휴 이렇게 맛있게 익었는데 왜 안따세요?"

"딸 시간이 없어서 못따유 주말에 아들이 와서 따겄쥬"

시간없는 아줌니에게 앵두 두개를 따서 건넨다

객이 주인에게 인심을 쓴다

보기도 이쁘고 먹기도 맛있는 앵두를 신나게 따먹는다

아줌니가 나를 신기한듯 쳐다보며 웃는다

참 착해보이신다

"어디서 살유?"

"예산이요"

"어디까지 가는디?'
"마전동네요"

내 말에 아줌니가 다시 웃는다

처음보는 두 사람이 경계하는 마음없이 주고받는 대화가 즐겁고

목마를 때 앵두나무 아래서 갈증을 푸니 그 낭만이 즐겁다

 

 

 

 

'내 그림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수  (0) 2014.06.25
자경  (0) 2014.06.23
양파밭  (0) 2014.06.16
여름한낮의 꿈  (0) 2014.06.16
아름다운 오해  (0) 2014.05.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