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주전자를 살까말까
진열대 앞에 서서 한동안 망설인다
탁이가 컵라면 먹을 때 냄비에 물을 끓이는게 불편하다고 했다
가끔 냄비며 국자가 널려있는 씽크대를 보며 전기주전자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있으면 나도 커피타마실 때 좋을거 같다
근데 이게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일까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가게를 나왔다
전기주전자 하나 사는 건데도 쉽게 결정을 못하겠다
날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전기주전자의 편리함 때문이다
스위치 한번 누르면 금방 물이 끓고 조르륵 따르기 쉬운 전기주전자에 비하면
냄비에 물을 끓이고 뜨거운 냄비 조심조심하며 물을 따르는 과정이 번거롭고 수고롭다
하지만 이정도 불편하다고 굳이 다른 물건을 장만할 필요가 있나
편한 것을 좇다보면 물건이 자꾸만 늘어날 수 밖에 없는거지
지금 내가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채 비참한 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다
수첩에 적어놓은 스콧니어링의 좌우명을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본다
덜 갖고 더 충실하기
전기주전자는 사지 말아야겠다
탁이한테는 조금 불편하게 사는 것도 괜찮은거라고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