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못하겠군
연극도 아니고 콘서트도 아니고 그냥 토크쇼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하나
표값도 장난아니게 비싼데 도대체 모를 일이군
공연시간 삼십분 전인데 공연장입구에 사람들이 참 많이도 모여있다
김제동이 대단하다
그냥 말만 하는 공연으로 저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다니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김제동이 좋다
그의 사려깊은 말이 아름다워 감탄한다
그의 정치의식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토크쇼일 뿐인데 표값이 너무 비싸다
표값모르고 원숙언니가 가자고 하는데 덜컥 좋다고 약속했다가
언니를 실망시킬 수 없어 나선 길이다
김제동의 깊이있는 재담으로 세시간동안 유쾌하고 재밌었다
박장대소의 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간간히 김제동이 참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주변과 편안하게 함께 흐르지 못하고 겉돌고 거스르는 고단함이 느껴져 슬펐다
공연이 끝나고 그가 무대 위에서 큰절을 했다
이마를 바닥에 댄 채 오래도록 가만히 있었다
그 시간이 나를 감동시켰다
사실은 공연을 보면서 말이 비단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기 쉬운게 말이고 내면이 어떤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제동이 무대위에서 그렇게 이마를 바닥에 댄 채 오래도록 멈추어 있는 모습을 보고
그가 지금 자기가 한 말에 대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법당에서 절을 할 때 이마를 대고 엎드려 멈춘 그 시간이 가장 겸허하고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객석을 의식해 무대 위에서 큰 절을 할 수는 있지만
가장 낮은 자세로 김제동처럼 그렇게 오래오래 절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대뒤의 그가 듣고 그의 진심이 전해졌다는 것을 알기를 바람으로 마음으로
빈 무대를 보며 오래오래 서서 박수를 쳤다
공연장로비에 김제동에게 안아달라는 사연을 써서 붙여놓는 칠판이 있었다
좋은일이 생겼어요 취직이 안되요 친구와 싸웠어요
나도 한장 써써 붙였다
내가 안아줄게요
오늘 그가 한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온 남자가 있었다
김제동이 그에게 앞을 보라고 하자 그는 객석을 향했다
그런 그에게 김제동은 계속 앞을 보라고 하고
그 남자는 앞을 보고 있는 자신에게 계속 앞을 보라고 하니 어리둥절해했다
김제동이 그에게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있는 곳이 앞이다 캬~~~~
2013년 3월 16일 천안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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