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일
열한시쯤 이쁜이한테 문자가 왔다
"옴마 나 술마시고 근처 친구네가서 잘거양 잘자"
조심해라 일찍 들어가라 취하지마라 잔소리 하려다가 꾹 참고 짧게 답장을 보낸다
"구려 재밌게 놀어 사랑해"
오늘 아침 7시에 문자가 왔다
"우래기 나 잔당"
하~ 이쁜이가 밤새 놀았다!!!!
2012년 11월 3일
이쁜이랑 저녁을 먹으러 빕스를 갔는데 스테이크 한접시가 72,000원
잠시후 나온 접시에는 쪼그만 전복 두개 짧은 랍스터 한개 그리고 고기 한조각
이게 칠만이천원이여??? 뭐가 이리 비싸?????
분위기망칠까봐 속으로 꾹꾹 삼킨 말
그 돈으로 횟집갔으면 한상 푸짐하게 먹었을 텐데 아이구야
2012년 11월 3일
북실북실 털이 부드러운 하얀 옷
이쁜이가 입으니 애기 북극곰처럼 이쁘다
이쁜이가 나도 같이 사란다
내가 입으면 커다란 북극곰같을게 뻔해서 망설이다가 이쁜이랑 똑같은 옷을 입는 것도 재밌을거 같아서 샀다
집에 와서 그 옷을 입고 나란히 서있으니 진짜 북극곰 두 마리다
2012년 11월 4일
원래 이쁜이가 오면 온양 은행나무길을 가기로 했었다
점심때 일어난 탁이와 이쁜이한테 은행나무길 가자가자 하는데도 꿈쩍도 않는다
이쁜이는 밥먹고 또 잔다
울애기가 많이 피곤하구나
결국 내가 졌다
이쁜이는 하루종일 자고 탁이도 하루종일 이불 속에서 뒹굴뒹굴 아주 좋댄다
2012년 11월 6일
탱고도 좋고 룸바도 좋고 살사도 좋다
춤을 배워야겠다
학원에 가봤더니 수강료가 7만원이란다
하 이거 부담스럽다
5만원이면 어찌해보겠는데..2만원 때문에 오래 망설였다
아이고 이만원에 내가 발목잡히나
기냥 결정했다
태어나서 삼십년은 생각없이 넘 하는 대로 살았다
그리고 이십년은 내 아이들이 먼저였다
내인생 칠십이라생각하면 이제 이십년 남았다
2012년 11월 11일
탁이 친구들 일곱명이 집에서 초코렛을 만든다고 오늘걸 보고 대술에 갔다
저녁에 돌아와보니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다들 나갔다
남의 집을 어려워하지 않는 탁이 친구들한테 화가 났다
탁이는 내가 화를 내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는 탁이 때문에 더 화가 난다
2012년 11월 12일
"탁아 어제일에 대해서 엄니가 일분만 얘기할게
탁이한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엄니한테는 심각할 수도 있어
어제같은 경우가 그래
어제 엄니는 화가 많이 났었거든 그럴 때는 탁이가 엄마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거야
근데 탁이가 아무말도 안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까 엄니가 더 화가 난거라구"
"어제 엄마 진짜 어이없었거든 엄마혼자 다하니까 내가 할말이 없어서 그런거야"
어제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안하는 탁이가 답답해서
나혼자 이런거냐 저런거냐 말하기 싫다는거냐 이러다 돌아섰는데
탁이 눈에는 그러는 내가 황당해보였는가보다
2012년 11월 13일
작은방 창문에 문풍지를 붙이다 이쁜이 생각
이쁜이가 있을 때는 커텐도 없었고 온수매트도 없었고 문풍지도 없었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춥다고 하던 이쁜이를 생각하니 미안해서 눈물이 나올 거 같다
"이쁜아 엄니가 지금 문풍지 붙이다가 울애기한테 막 미안해서 눈물이 날라고 해"
"내가 문풍지 바르자고 해두 안하더니!!!"
이쁜이가 그런 소리를 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진짜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2012년 11월 13일
탁이가 제방에서 혼자 자기 시작한 지 3일째
"혼자 자는거 안무섭냐?"
"무섭긴 한데 이제 혼자 자야 할 때가 된거 같애"
박선생님이 다큰 남자애가 엄마랑 잔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
탁이한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 고민이 무색하게 저절로 해결이 된 것이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아도
그리 될 일은 그리 되는 것이다
2012년 11월 13일
비가 그치고 해가 나왔다
젖은 아스팔트 위에 쏟아지는 햇살이 아름답다
2012년 11월 18일
탁이가 작은방서 자면서부터 탁이랑 얘기할 시간이 없어졌다
아침에 잠깐 얼굴보고
저녁때는 컴퓨터하는 탁이 뒤통수만 보다 잠든다
잠자리에서 두런두런 얘기하며 장난치고 음악듣고 그랬는데 그시간이 없어지니 갑자기 탁이가 뚝 떨어져나간 기분이다
서연이와 밤새통화하던 날부터 작은방이 편하게 느껴졌다는 탁이
며칠새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12년 11월 18일
김장하는 날
울엄니 일손 생긴게 마냥 좋다
김장끝나고 쉴 틈 없이 메주 매달자고 고모부 데리고 하우스로 가셨다
2012년 11월 22일
업체 사장님이 돌아가셨다
간암이란걸 안 지 두달만이라고 했다
그분 7월 부가세신고하러 오셨을 때 눈밑 지방을 없애는 수술을 받은 모습이었다
죽음이 가까이 온 줄도 모르고 얼굴에 남은 세월의 흔적을 지우려고 애쓴 셈이다
2012년 11월 25일
내 하얀 털옷이 이쁘다고 바꿔입자는 탁이
내 옷입고 서울시내를 활보한다
게다가 카페에서는 내 분첩으로 화장까지 한다
"탁이 게이같애"
근데 하얀옷 입은 탁이 왜캐 이뻐보이냐
탁이가 웃는게 좋아 일부러 망가지는 에미
카페자동문 앞에서 일부러 모르는 척 똑똑 노크를 한다
"엄마 이것도 몰라?" 으시대며 옆에 있는 단추를 누르는 탁이
"학교가서 애들한테 다 말할겨"
우리탁이 재밌어죽는다
2012년 11월 27일
이쁜이가 피스보트블로그미션을 잘해냈는가보다
관계자가 이쁜이블로그에 댓글을 달았단다
예감이 좋다
결과가 좋아 우리이쁜이가 여행을 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문득 내가 이쁜이가 합격하면 주위에 엄청 자랑하겠구나 싶다
불순하다
다시 기도한다
부처님 이번 기회를 이쁜이에게 주신다면
온전히 이쁜이인생에 주어진 축복으로 감사할 뿐
절대로 누군가에게 과시하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겠습니다
2012년 12월 2일
늑대소년을 봤다
이웃집토토로가 자꾸 생각났다
현실적인 소재인데 자꾸 환상이 끼어드니 슬픈데도 울기가 민망했다
나는 이제 환타지같은 사랑에는 감동을 느끼지 않는 나이가 된거같다
영화끝에 늑대소년 철수가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그 모습이 외롭거나 슬프거나 처량해보이지 않는다
아니 순이와의 추억으로 즐거워 보인다
철수에게 순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한이 아니었구나
그게 참 좋았다
절절한 기다림이었다면 47년은 너무나 가혹한거니까
2012년 12월 3일
첫눈이 펑펑 왔다
땐쓰학원서 돌아오는길 그 눈을 하얗게 맞았다
첫눈오는거 기념해야 한다는 탁이
그 맘 모르는 척 할 수 없지
지코바 시켜서 첫눈오는 날을 맛있게 기념했다
아름다운 밤이다
2012년 12월 5일
베란다창문에 성에가 가득하다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우아한 성에꽃
어렸을 때 세살던 방이 참 추었다
매일아침 작은 유리차에 성에가 두껍게 꼈었다
손가락으로 긁으면 하얀 성에가루가 창틀에 쌓이곤 했는데..
두꺼운 솜이불은 들떠 항상 어깨가 추웠던 방
코끝이 늘 시렸던 방
2012년 12월 7일
"자두야 엄마 갔다올게 울애기 안녕"
기분좋은 출근인사에 뒤이어 내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아악 아악 악 으악~~~ 악 너 너 악 악"
신발속에서 부드럽게 눌리는 따뜻한 똥덩어리
아직도 발바닥에 남아있는 그 느낌
2012년 12월 7일
점심산책길에 논두렁에서 발견한 콩대
콩깍지가 몇개 매달려 있는데 애기손가락마냥 작다
그래도 콩깍지 안에 야무진 까만콩이 두세개씩 들어있다
제제 모으니 한주먹이다
지나번에도 요만큼 모아 콩밥해먹은 기억으로 금방한 밥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새한마리가 머리위로 날아간다
겨울들판에서 쟤들이 먹을거 찾기가 힘들겠구나
논두렁에다 콩을 뿌려놓고왔다
2012년 12월 9일
목포에서 돌아오는 기차안
친구에게 말했다
"너는 내 복이고 나는 니 복이다"
201년 12월 10일
겨울바람이 날이 섰다
너무 추운데 너무 좋다
점심시간에 들판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내 그림자에게 말한다
"난 이 시간 이곳에 있는 니가 참 좋구나"
2012년 12월 9일
식당에서 모임을 끝내고 계산을 하던 할아버지 한분이 하시는 말씀이
우리 여기 자주 오니께 깎아줘
우리가 일년에 한번은 오잖여~
2012년 12월 13일
역전장에서 엿장수아저씨가 외친다
"조국을 위하여 엿먹읍시다~"
2012년 12월 16일
탁이와 26년을 보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탁이 손을 잡고 기도했다
"탁이가 보고 듣는 것들로 탁이가 잘 여물어가기를"
근데 탁이는 영화가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하네
2012년 12월 18일
억울한 감정을 대하는 내가 변했다
전에는 한번 잡히면 헤어나지 못하고 그 감정에 끌려다녔는데
요즘에는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억울함이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입장에서 생각하면
내가 자기마음을 몰라주니 그게 섭섭해 나에게 그러는거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희한할만큼 마음이 가벼워진다
조금씩 평화로워진다
2012년 12월 23일
레미제라블
혁명군의 노래가 아직도 귀에 남아 가슴을 뛰게 한다
이백년전에 있었던 프랑스혁명을 보면서
자꾸만 지금 우리현실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울었다
2012년 12월 24일
기차역 울타리에 걸린 현수막
원하는 결과를 얻고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었을까
이왕 조롱할꺼면 당당하게 이름석자 내걸기나 하지
이 무슨 추태람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사람
두 후보 모두에게 민폐인 사람
2012년 12월 27일
자베르경감은 도둑질한 자가 5년의 감옥살이를 거부하고 탈출을 시도한 것이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자베르경감이 장발장에게 집착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2012년 12월 28일
점심산책시간에 만나는 풍경
특별할거 없는 아니 너무 평범한 경치인데도 왜그리 마음이 설레이고 좋은지 모르겠다
참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가끔은 울컥 감동하면서 감탄하는 시간이다
별스러운 감성이다
2012년 12월 30일
통장 엔꼬
지갑도 엔꼬
그런데 이쁜이를 천안서 만나기로 했다
지난번 이쁜이생일을 챙겨주지 못했다
며칠 전에는 탁이가 오션파티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형편이 안되니 그냥 말아야 하나
우리애기들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그 정도 카드대금은 내가 감당할 수 있으니 갈까
한동안 고민을 했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우리애기들하고 재밌는 하루가 될 건데 뭘 망설인데
오션파티에서 우리는 아주 재밌게 놀았다
내가 잘한건지 잘못한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나다운 결정을 한거같다
2012년 12월 30일
이쁜이가 내년에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단다
내가 늙었나
멋진 경험이 될거라는 설레임보다는 안전할까를 먼저 생각했다
2012년 12월 31일
곳간은 텅텅 비었는데
오늘까지 해결해야 할 일이 몇건 있었다
며칠동안 그것 때문에 고민했는데 오늘 사무실서 뜻밖의 보너스가 나왔다
내 곳간은 화수분이다
차고 넘치지는 않지만 언제나 필요한 만큼은 채워지는 화수분
내 걱정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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